무더위와 비가 반복되는 요즘같은 계절엔 피부를 잘 지켜야 한다. 한낮 해가 강할 때는 자외선을 잘 차단해야 일광화상과 기미·주근깨 등 색소침착, 피부 노화등을 막을 수 있다. 또한 비가 계속 내려 습한 날씨가 계속 될 때는 곰팡이균에 의한 피부 질환이 발생하기 쉬운만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여름철 피부 관리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제 피부를 잘 보호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는 게 현장 의료진들의 말이다.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천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자.
◇자외선에도 종류가 있다=자외선은 파장에 따라 자외선A(UVA), B(UVB), C(UVC)로 나눌 수 있는데 주로 차단해야 하는 것은 UVB와 UVA다. UVB는 파장이 280~320㎚(나노미터)이고 UVA는 이보다 더 긴 320~400㎚다. 반면 파장이 200~280㎚인 UVC는 는 주로 오존층에서 모두 흡수되기 때문에 피부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지표면에 도달하는 자외선의 90%는 UVA다. 표피의 멜라닌에 작용해 일광 노출 직후 피부를 검게 만드는 등의 ‘즉시형 색소침착’을 주로 유발한다. 또 세포 변형을 야기해 피부 노화(주름·탄력 저하 등)와 피부암 발생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보다 좀 더 짧은 파장인 UVB도 피부 노화를 일으키지만 피부가 빨개지거나 가렵고 물집이 발생하는 등의 일광화상 반응을 유발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따라서 피부관리를 위해서는 UVB와 UVA 두 가지의 파장 모두를 차단하는 것이 좋다.
우유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지속적이고 과도한 자외선 노출은 피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기미, 주근깨, 편평세포암, 기저세포암, 악성 흑색종 등의 위험도가 높아지고 잔주름이나 깊은 주름 증가, 잡티, 색소침착 등 피부 노화를 촉진 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단제는 수시로 덧발라야=자외선차단제에 쓰이는 단위인 ‘자외선 차단 지수(SPF)’는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할 수 있는 ‘차단 시간’을 의미한다. SPF 지수가 높다고 무조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지수가 너무 높은 제품은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다. 간단한 실외활동만 잠시 할 경우에는 PA++, SPF 25~30 이상만 돼도 충분하다.
보통 자외선 차단제의 권장량은 1㎠당 2㎎인데 면적과 무게를 재서 바를 수는 없으니 얼굴 전체에 대략 손가락 한 마디 정도를 바르면 된다고 외우면 쉽다. 우 교수는 “권장량을 모두 사용할 경우 피부가 하얗게 되는 백탁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이 정도의 양을 일상 생활에서 다 바르기도 쉽지 않다”며 “외출 30분 전에 권장량의 절반을 2회씩 나눠서 바르면 좀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해변이나 수영장, 골프장 등에서 야외 활동이 길어질 경우 2~3시간 마다 덧바르는 것도 잊지 말자.
덥고 땀이 난다고 세수를 너무 자주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세안제까지 자주 사용하면 피부장벽이 훼손될 수 있으므로 땀 씻기가 목적이라면 물세수 정도만 하는 게 좋다. 세안제를 이용한 세안 횟수는 하루 두 차례 정도가 적당하다.
◇일광화상엔 찬우유 찜질=야외 활동 중 피부가 당기면서 화끈하고 따갑다면 일광화상이 발생한 것이므로 즉시 활동을 중단하고 피부를 진정시켜야 한다. 최영준 강북삼성병원 피부과 교수는 “초기의 일광화상은 냉수, 냉타올, 얼음찜질, 무알콜 화장수 등으로 냉각·진정시킬 수 있다"며 “특히 차가운 우유에 적신 수건을 이용해 피부를 진정시키면 우유의 단백질과 지방 성분이 피부 장벽을 보호해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오이나 감자, 알로에 등을 이용한 천연팩도 좋다. 그러나 재료에 묻어있는 불순물이나 농약, 곰팡이, 세균 등 때문에 2차감염 위험이 있을 수 있으므로 신선한 재료를 깨끗이 씻어 사용해야 한다.
일광화상이 심해 물집이 생긴 이후 농포가 발생했다면 피부의 2차 세균감염을 의심할 수 있으므로 병원에서 항생제, 소염제, 색소침착 억제제 등을 처방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최 교수는 “병원 진료를 받기 어려운 장소에 있다면 아스피린이나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소염제를 복용하면 피부 염증 반응과 통증이 경감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증상이 심한 부위에 뜨거운 물, 샴푸, 향수, 알코올 성분이 함유된 화장품, 자극적인 클렌저나 스크럽 등이 닿으면 자극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피부끼리 맞닿는 곳은 건조하게=여름철은 습도가 높아 곰팡이가 창궐하기 쉽다. 여름철에 특히 자주 발생하는 피부병 역시 곰팡이성 질환인 무좀과 사타구니 부위의 완선, 간찰진 등이다.
무좀균은 고온다습하고 피부가 밀폐된 조건에서 잘 번식한다. 특히 장마철에는 신발을 두세 켤레 준비하고 번갈아 신어야 한다. 젖은 신발은 충분히 말린 다음에 다시 신는다.
사타구니 양쪽에 생기는 무좀인 완선은 발에 있던 무좀균이 사타구니로 옮겨진 경우가 대부분. 이우진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발 무좀과 완선은 병변 부위를 습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며 “적절한 항진균제 연고를 한 달 정도 바르면 치료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피부끼리 맞닿은 부위에 생기는 염증성 피부염인 간찰진도 고온다습한 여름에 잘 생긴다. 목 주름 부위를 비롯해 무릎 뒤, 손가락 사이, 엉덩이, 가랑이 사이, 발가락 사이 등 피부가 맞닿는 부위면 어디든 생긴다. 이 교수는 “특히 빗물과 접촉한 후 씻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하면 빗물에 섞여 있는 각종 화학물질이 피부를 자극하는데 이것이 염증반응으로 이어져 붉은 반점과 같은 접촉성 피부염 증상이 나타난다”며 "피부가 접히는 부위는 습하지 않게 관리하고 시원한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증세가 가벼울 경우 약한 스테로이드나 항생제 연고를 바르면 호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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