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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압박이 통화정책에 영향”…금융당국 저격한 금통위 [조지원의 BOK리포트]

7월 의사록 뜯어보니 당국 정책 성토

이창용 총재 설명보다 발언 수위 높아

가계부채 언급 횟수 9회→34회 급증

부동산 규제 완화로 금융불균형 확대

“창구지도 때문에 통화정책 신뢰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권욱기자 2023.07.1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13일 기준금리를 결정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조만간 회의록을 보면 알겠지만 여러 금융통화위원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서 많은 우려를 표했다”고 말했다. 1일 공개된 금통위(7월 13일 개최) 의사록을 살펴보면 이 총재가 예고한 대로 금통위원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가계부채에 대한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오히려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등 이 총재가 설명했던 것보다 발언 수위가 높았다.

7월 13일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들과 관련 부서가 ‘가계부채’와 ‘금융불균형’을 직접 언급한 것은 각각 34회, 9회로 집계됐다. 5월 25일 금통위 의사록에서 ‘가계부채’와 ‘금융불균형’이 언급된 횟수가 각각 9회, 6회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금통위원들의 우려 수준이 높아진 점을 알 수 있다.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가계부채 문제가 지속된다면 금리를 3.75%까지 추가 인상할 필요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명시적으로 냈다.

시내 한 시중은행 앞에 붙어 있는 대출상품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주목할 것은 당국의 창구지도(window guidance)를 직접 언급된 것이다. 한 금통위원은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와 시장 기대 간 괴리가 나타나는 이유가 신뢰성 저하에서 비롯된 것인지 따져보면서 우리나라도 같은 상황인지 고민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거시건전성 정책뿐만 아니라 준재정정책(공기업 적자·은행채 발행 등), 창구지도 등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없는 정책들이 통화정책 기조와 괴리를 보이면서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신뢰성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한은 금통위가 물가안정과 금융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를 올렸으나 정부·당국이 각종 규제를 완화(거시건전성 정책)하고 시중은행에 대출금리를 내리도록 압박(창구지도)해 통화정책 효과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대놓고 불만을 표한 것이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에 대출금리 인하를 권고하면서 정책 엇박자가 발생하고 통화정책을 무력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던 것과 무관치 않다. 이같은 지적에 이 원장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고 이 총재도 정책 엇박자가 없다며 진화했으나 금통위 내부에선 불만이 쌓이고 있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한은 직원은 “금리를 원칙적으로 자율에 맡겨 놓으면 시장 기능이 작동하면서 통화정책 등이 의도했던 대로 자연스럽게 작동을 할 텐데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목소리”라며 “금융당국에선 나름의 입장을 가지고 창구지도를 했겠으나 금통위원들은 생각했던 것과 다른 효과가 나오니깐 그런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7월 금통위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욱기자 2023.07.13


이러한 의견은 개별 금통위원이 아닌 다수 금통위원의 생각으로 보인다.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위원들은 최근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가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면서 금융불균형 완화를 위해선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 간 적절한 정책 공조(policy mix)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부 위원들은’이라는 표현은 다수를 지칭한다. 이어 “그간 디레버리징이 매우 완만한 속도로 진행된 가운데 최근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남에 따라 금융불균형 해소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이는 다시 말해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 간 정책 공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한은 금통위가 2021년 8월 주요국 가운데 처음 금리를 올린 이유가 가계부채 증가와 집값 상승 등으로 인한 금융불균형 때문인데 당국의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로 이러한 목적 달성이 방해받고 있다고 지적한 셈이다.

23일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 본 서울 도심 아파트. 연합뉴스


당국의 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는 금리보다는 거시건전성 정책 변화가 상당 부분 영향을 줬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금통위원은 “거시건전성 정책이 특정 부문에 미시적·선별적으로 대응 가능한 반면 통화정책은 경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보다는 우선적으로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금통위원들뿐만 아니라 한은 관련 부서에서도 가계부채의 질서있는 디레버리징을 중장기에 걸쳐 지속 추진해야 할 중요 과제로 꼽았다. 해당 부서는 “최근 서울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거래량이 증가했으며 은행 가계대출도 증가 전환한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특히 과거 국내외 사례에 비춰볼 때 규제 완화와 금리 하락이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된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불균형 대응도 꾸준히 지속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통화정책은 상당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의견을 냈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Bank of Korea)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금융 전반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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