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의 퇴직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금 보다 처우가 좋은 일자리가 많아 너도나도 이직에 나서는 추세가 한 풀 꺾이면서다. 이에 미국의 고용 시장이 완화되고 있다는 또다른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노동부는 1일(현지 시간) 6월 기준 채용 중인 일자리수가 전월보다 3만4000건 줄어든 960만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1년 4월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채용 중 일자리는 지난해 3월 1200만 개로 정점을 찍은 바 있다.
6월 기준 실업자수가 600만 명 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구직자 1인당 열려 있는 일자리는 1.6개다. 이 비율은 연준이 주목하는 수치로 지난해 5월 2.1개로 정점을 찍은 바 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평균은 1.2개였다. 샌탠더뱅크의 최고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스테펜 스탠리는 “올 들어 지금까지 명확한 추세는 고용 시장이 극적으로 붕괴하기 보다 점진적으로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률은 전월 2.6%에서 6월 2.4%로 감소해 2019년 평균 2.3%에 근접했다. 퇴직률은 2022년 4월 3%로 최고점에 도달한 바 있으며 이후 감소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특히 퇴직률 감소에 의미를 부여했다. 통상 퇴직률은 근로자들의 구직 자신감이 클 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6월 퇴직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에 다다른 것은 이제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기존 직장을 그만두는 추세가 중단됐다는 의미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직원들의 퇴사가 줄어 구인 수요도 줄게 된다. WSJ는 “퇴직의 감소는 채용 중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보다 연준이 목표하는 수준으로 고용시장이 식고 있다는 점을 더욱 잘 시사한다”며 “연준은 금리를 추가 인상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덜 느껴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를 현 수준(5.25~5.5%)에서 동결할 확률은 82.5%로 1주일(78.7%)이나 한 달 전(69.1%) 보다 더 높아졌다.
최근 들어 미국 고용시장에 안정되고 있다는 신호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 고용비용지수( ECI)는 2분기에 1% 늘어나 2021년 이후 가장 작은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보고서는 경제가 침체되거나 노동시장에 심각한 피해를 주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릴 수 있다는 파월의 견해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다만 연착륙을 확신할 수 없다는 월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고용시장과 별개로 인플레이션 전망과 소비가 급속도로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JP모건의 최고글로벌마켓전략가인 마르코 콜래노비치는 “지속적 성장이나 노랜딩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에는 회의적이다”라며 “우리는 인플레이션 둔화가 불충분한 것으로 드러나고 이에 따라 제약적인 통화정책이 그대로 이어지면서 민간 부문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본다. 이 결과 세계의 성장세도 마무리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PGIM 픽스드인컴의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톰 포셀리리는 “경제의 개선은 모든 이들의 바람처럼 굴곡없이 쭉 나아지지 않는 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인플레이션은 이제 둔화를 시작했지만 울퉁불퉁할 것이고, 전체적인 추세는 연말께 뚜렷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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