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체 ‘포드(Ford)의 고향’이라고 불리는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지난달 11일(현지 시간) 찾은 디트로이트의 옛 미시간 중앙기차역 부지는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었다. 부지 곳곳에서 용접공들과 조경 업체 관계자들이 오가며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현장에서 만난 포크레인 기사는 “연말까지 공사가 마무리될 것”이라며 “오랫동안 문을 닫았던 곳이지만 다시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시간 중앙역은 미시간주의 자동차 산업이 급성장하던 1913년 문을 열었다가 1988년 1월 닫았다. 미국 자동차 산업이 쇠퇴하면서 인구와 물동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폐쇄 이후 방치됐던 기간만 30여 년.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디트로이트시의 도시 파산 등으로 지역의 쇠락이 이어지면서다.
이런 미시간 중앙역이 올해 말 미시간 센트럴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개장한다. 수익성을 회복한 포드가 2018년 중앙역을 인수한 뒤 글로벌 미래 모빌리티 연구소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내연 자동차로 흥망성쇠를 겪은 미시간주는 이제 미래 모빌리티라는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다시 한 번 세계의 거점으로 도약하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미시간주 하이랜드파크에 있는 공장에서 만난 조재목 모비스노스아메리카 대표는 “포드와 GM·스텔란티스 등 이른바 미국의 ‘빅3’는 확실히 상승 곡선에 있다”면서 “미국 빅3가 성장세를 회복하면서 미시간주의 제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활기가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모비스노스아메리카도 이 같은 추세에 힘입어 지난해 미시간 공장을 증설했다. 미국 자동차 업체 스텔란티스가 ‘닷지 듀랑고’와 ‘지프 그랜드체로키’용 섀시 모듈 주문을 늘렸기 때문이다. 모비스노스아메리카는 북미 완성차 고객들의 주문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2조 5000억 원이었던 북미 매출이 3년 내 4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부활은 미시간이 첨단 제조 기지로 전환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미시간경제개발청(MEDC)에 따르면 2019년 이후 발표된 미시간 투자 프로젝트 규모는 166억 달러(약 21조 원)로 이에 따른 일자리는 1만 6300개에 이른다. 특히 신규 투자 지역으로 미시간주를 검토 중인 프로젝트 수는 지난해 이맘때보다 세 배 더 많다는 게 MEDC 측 설명이다.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사인 얼티엄셀즈가 내년 완공을 목표로 미시간주 랜싱에 짓고 있는 제3공장도 그중 하나다. 현장에는 인부들의 차량만 600여 대에 이를 정도로 대규모 인력과 장비가 투입되고 있다. 한 근로자는 “이 정도 인력이 매일 8시간에서 많게는 12시간씩 일하고 있다”며 “내년 완공 일정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이 미시간주의 신규 투자를 부르는 것일까.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같은 정책적 요인과 함께 이미 갖춰진 자동차 제조 생태계가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조시 훈트 미시간경제개발청(MEDC) 부청장은 “미시간은 미국 내에서도 생산 기술이 집중적으로 발전한 지역”이라며 “여기에 저렴한 생활비와 세금 제도도 첨단 제조 기업에 매력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적인 인력 부족 문제는 미시간주에서도 과제다. 미시간주는 지난해 인재 전담 고위직급을 신설한 데 이어 올 4월에는 전기자동차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등 인재 공급에 팔을 걷었다.
훈트 부청장은 “모빌리티와 반도체·청정에너지에 이르기까지 제조·연구개발(R&D) 등 다양한 직군의 인재를 육성할 계획”이라며 “기업과 개개인들이 미시간에서 다시 한 번 성공 신화를 일궈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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