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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적합업종제도가 제 역할 못하는 이유

김영환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

업종 조사등 소비자 의견 반영엔 소홀

대기업 자본참여 추진도 유야무야

자산 많은 소상공인 지정은 불합리

창의적 사고로 비규제 상생책 마련을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영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업종에 대기업의 진입·확장을 제한하는 정책이 지금까지 세 차례 있었다. 1979~2006년 237개가 지정된 중소기업 고유업종은 김대중 정부에서 단계적 폐지가 결정됐다. 2011년 재개된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현재까지 113개 업종이 지정됐다. 지난 정부가 2020년 추가로 도입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은 생존권, 인간다운 생활 보장이 목적으로 현재까지 11개가 지정됐다. 적합업종제도는 대기업 중심 경제 발전의 문제점을 감안한 우리나라의 독특한 제도이지만 개선할 과제가 많다.

우선 지정 때 경쟁력 강화, 구조 조정, 자구 노력 등 목표가 불명확하고 후속 조치도 미흡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일부 업종에 수천만 원을 지원하나 여러 정책 수단이 있고 소관 적합업종도 많은 농림축산식품부·국토교통부 등은 관심이 부족하다. 관계 부처의 협조가 필요하다.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과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최종 결정 주체가 중기부·동반성장위원회로 다를 뿐 규제 대상에 차이가 없어 부작용이 발생한다. 계란도매업은 6년간(2016~2021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이었는데 중소기업 시장점유율이 28% 증가하는 동안 소상공인 시장점유율은 27% 감소하고 대기업은 1% 감소했다. 6년 경과 후 다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신청 때 동반위는 대기업을 재차 규제해야 한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을 내렸다. 제도 통합을 검토해야 한다.



업종 실태 조사, 산업 영향 분석, 지정 여부 검토 등을 소수의 공급 기업 대표와 전문가만 참여해 논의하는 것도 문제다. 시장경제에서 궁극적으로 중요한 소비자 의견을 반영하는 것도 소홀하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공론화 절차가 필요하다.

규제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바꿔야 한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은 인력·기술 교류, 중소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 대기업의 자본 참여 등 다양한 상생 정책 추진을 규정하고 있으나 관심 부족으로 사문화되고 있다. 당초 취지인 대·중소기업 간 합리적 역할 분담이 가능하도록 비규제 상생 정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다른 산업 갈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시멘트·레미콘, 제지·인쇄 업계 등 전후방 산업 갈등이 심하다. 법률·의료·택시 등 서비스업 혁신 기업과 기존 업계 간 영역 다툼도 많다. 현행 제도의 한정된 틀을 깨야 한다.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순자산은 임시·일용근로자(2억 원), 상용근로자(5억 원), 자영업자(5억 4000만 원) 순으로 많다.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신청이 접수되면 실무자들이 현장을 조사한다. “가 보니 외제 차 타고 다니던데요”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경제적 약자로 간주되는 소상공인 여부가 당해 사업장의 매출액과 종업원 수로만 결정되고 부동산·금융자산·기타소득 수준은 무시하기 때문이다. 편향적 정치 이념은 상생 정책의 부작용을 초래하기 쉽다. 문도 열고 벌레도 막는 방충망 같은 정책은 경직된 이념으로는 떠올릴 수 없다. 사실에 근거한 창의적 사고로 적합업종제도를 발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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