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한 운영으로 국내외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치료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잼버리 남은 기간을 고려할 때 온열질환자는 더 늘어날 수 있어 치료약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3일 뉴시스는 “전북도와 전북의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 개막한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서 3일 간 1000명이 넘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개영식이 열린 2일에는 100명이 무더위에 맥 없이 쓰러졌다”고 보도했다.
전북 부안에서 열리고 있는 잼버리는 오는 12일까지 계속된다. 이 기간 무더위도 지속될 것으로 예보돼 온열질환자가 수천명대로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잼버리조직위원회가 사전에 확보한 온열질환 치료약품이 동 났다는 점이다. 노말셀라인(생리식염수), 하트만 용액 등 열 탈진 및 실신 환자에게 수분을 공급하는 약품이 부족하다.
조직위는 뒤늦게 전북도와 전북의사협회 등에 공문을 보내 약품 확보를 요구했다. 전북도와 전북의사협은 일단 제약회사 등에 온열질환 치료약품 긴급공수 협조를 요청했지만 공급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위는 원광대병원과 전북대병원·전주예수병원 등에도 비상용 온열질환 치료약품 긴급협조 공문을 보냈다.
전북의사협회 관계자는 “제약회사 등에 온열질환 치료약품 긴급 공급을 요청했지만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급한대로 잼버리 협력병원 등이 보유한 비상용 치료약품 공급을 요청한 상태지만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전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온열질환자 발생 뿐 아니라 매점 바가지, 곰팡이 핀 식사 제공, 비위생적인 시설 등으로 인해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이번 잼버리는 국내행사가 아닌 158개국에서 참가한 국제적인 행사라는 점에서 한국의 국격을 크게 실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잼버리에 참여한 익명의 제보자 A씨에 따르면 지난 2일 아침 식사로 받은 구운 달걀에서 검정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A씨는 “달걀 껍데기에 하얀 이물질이 보이고 끈적끈적 하길래 닦고 나서 달걀을 까보니 안에도 검정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며 “심지어 제 시간에 식재료가 지급되지 않아 오전 일정도 늦어지고 차질을 빚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잼버리에 아들을 참가시킨 B씨는 “어제 늦은 시간까지 아들과 통화를 했는데 엄청 많이 지쳐 있더라”며 “체감온도가 40도에 이르러 탈수로 병원에 갔다 온 애들도 있는데 ‘내외빈 입장하는데 모두 일어나 주십시오, 큰 박수 부탁’이라고 하면서 무려 25분간 알파벳 순서로 입장할 때 애들을 도열시켜 정말 지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B씨는 이어 “샤워시설이 천막으로 돼 있어 옆에서 다 보인다고 한다. 화장실도 어떤 데는 남녀 공용이고 저녁엔 불도 안 들어오고 특히 화장실은 청소도 안해 너무 더럽다고 하더라”며 “이번 잼버리 참가자 1인당 100만원씩 냈는데 그렇다면 참가비 430억원에 정부보조금도 있을텐데 그 돈들은 다 어디 가고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행사를 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열악한 환경에 실망한 외국인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한국은 올 곳이 못 된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형편없는 행사 운영이 지속되자 한 청소년 단체는 대회 축소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청소년정책연대는 성명서을 내고 “살인적인 폭염 속에서 중환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행사를 강행하고 있는 정부와 잼버리 조직위원회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정책연대는 “즉각적으로 행사 일정을 축소하고 프로그램을 변경하는 등 긴급 조치를 통해 세계 각국에서 참가한 청소년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개영식에서는 84명이 온열로 인한 탈진 등으로 실려 갔는데 주최 측은 중환자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30분이나 더 행사를 강행했다. 이는 정부와 조직위의 태도는 무사안일하다”라고 비판했다.
정책연대는 “10일이나 남은 잼버리 기간을 대폭 축소하고, 즉시 야외활동을 실내로 전면 전환할 것을 검토하라”며 “잼버리 성공의 가장 중요한 척도는 참가 청소년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교류한 후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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