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인도 수출금지·흑해 차단·이상기온 '겹악재'…쌀값 12년만에 최고

[가중되는 세계 식량위기]

7월 가격지수 전년보다 20% 급등

세계 수출시장 40% 장악한 인도

기후불안에 내수공급 우선하기로

2위 태국, 물부족 탓 벼농사 자제

글로벌 공급 20년만에 최저 전망

인도의 구아티 지방의 한 논에서 농부가 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국제 쌀 가격이 12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이상기후로 아시아 주요 쌀 수출국들이 생산과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쌀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밀 가격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러시아 전쟁 중 곡물 수출을 보장하는 흑해곡물협정이 종료된 데다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본격화하는 등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를 둘러싼 전황이 복잡해지면서다. 전쟁과 이상기후가 세계 식량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5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엔식량농업기구가 최근 발표한 쌀가격지수는 7월 129.7로 2011년 9월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8.4와 비교하면 1년 만에 19.6% 급등했다.

쌀 가격 불안은 최근 인도가 쌀 수출을 통제한 여파다. 인도 정부는 지난달 21일 안남미의 일종인 바스마티 품종을 제외한 나머지 쌀 수출을 금지했다. 인도는 세계 쌀 수출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1위 수출국이다. 지난해 전체 쌀 수출량은 2200만 톤으로,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1000만 톤이 이번에 수출을 전면 금지한 비(非)바스마티다.

인도는 이상기후에 따른 내수 공급 불안 우려로 수출 문을 잠갔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올 들어 인도 내 34% 지역은 가뭄에, 32%는 초과 강수에 시달릴 정도로 불안정한 기후가 이어지고 있다. 알자지라는 “인도의 북부 지역은 폭우로 인해 벼농사가 타격을 입었으며 반대로 서부 지역에서는 가뭄으로 쌀과 옥수수 등의 재배가 지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2위 쌀 수출국인 태국 역시 날씨 문제로 쌀 생산을 오히려 줄여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엘니뇨에 따른 이례적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하면서 태국 당국이 물 사용량이 많은 쌀농사를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나선 것이다. 태국 국가수자원국(ONWR)의 수라스리 키티몬톤 사무국장은 “국가 물 사용은 소비 용수와 다년생 작물에 집중돼야 한다”며 권고 방향을 설명했다. 쌀은 한해살이 작물로 1㎏을 재배하는 데 2500ℓ의 물이 들지만 다년생 작물은 같은 양을 수확하는 데 650~1200ℓ면 된다. 라보뱅크의 수석애널리스트 오스카 차크는 “태국의 쌀 생산량이 전년 대비 크게 감소할 경우 세계 쌀 가격은 지금보다 더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기관들은 쌀 가격 불안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쌀 공급 자체가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피치솔루션스는 앞서 지난해와 올해에 걸친 쌀 부족분이 870만 톤에 이르러 2003~2004년 경작 시즌(1860만 톤)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피치솔루션스는 내년까지는 쌀 가격이 고공 행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의 쌀 수출통제령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의 최대 현안이 물가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인도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5월 4.3%에서 6월 4.8%로 오름폭이 커졌다. 이 중 식품 물가 상승률이 5월 2%대에서 6월 들어서는 4.5%로 더 큰 폭으로 올랐다. 로이터통신은 “채소 가격은 전월 대비 12% 급등했다”며 “인도 북부의 불규칙하고 끊임없는 비로 인해 앞으로 몇 달 동안 채소 가격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농업 리서치 기관 국제포테이토센터(CIP)의 아시아 지역 디렉터인 사마렌두 모안티는 “만약 베트남과 캄보디아 같은 또 다른 쌀 수출국들이 어떤 형태든 수출 제한 행렬에 동참하고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같은 주요 수입국이 비축에 나선다면 세계 쌀 시장은 대혼란을 목도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인도의 곡물 공급 관리 정책은 밀 시장까지 확대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산지브 초프라 인도 식품부 장관은 4일 “밀 수입에 부과했던 40%의 관세를 낮추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정부는 밀 가격 통제에 전념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세금 혜택으로 수입량을 늘려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다. 가뜩이나 러시아의 전쟁 여파로 불안한 세계 밀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우크라이나는 3일 러시아 해상무역의 17%를 담당하는 노보로시스크항을 포함해 이틀 연속 해상 드론으로 러시아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 이에 따른 여파로 4일 부셸(1부셸=27.2㎏)당 6.29달러에 개장했던 밀 선물 가격은 장중 6.50달러로 치솟기도 했다.

식량 불안은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저소득 국가는 물론 싱가포르나 중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로인텔리전스의 분석가인 켈리 고개리는 “식량 부족의 최대 피해자는 파키스탄·튀르키예·시리아처럼 이미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있는 국가일 것”이라고 말했다. 바클레이스는 인도 쌀 수입 비중이 높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타격을 전망했다.

중국에서도 쌀 가격 급등에다 연이은 태풍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농림부에 따르면 올 들어 중국에서는 10만 에이커(4만 ㎢) 이상의 농경지가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었으며 이는 지난해보다 10%가량 늘어난 수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