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회로로 구성돼 있고 마음도 회로로 작동한다. 이런 회로 속에서는 부정적인 피드백 하나가 악순환을 만들면서 시스템 전체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 특이하게도 뇌는 어느 정도 불행한 것이 기본 값이다. 문제는 한 번 부정적인 기분에 빠져들면 뇌는 계속해서 부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느끼는 뇌와 생각하는 뇌가 손발이 안 맞을 때는 더 불안하고 우울한 상태가 된다. 그런데 뇌도 마음도 회로의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면에서도 작은 변화가 큰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심리학자 알렉스 코브는 2015년도 저서 ‘우울할 땐 뇌과학’에서 어떻게 작은 변화가 뇌를 치유할 수 있는지를 제시했다. 일어나 움직이는 것이 긍정적인 정서를 만들고 긍정 정서는 숙면을 도울 수 있다. 숙면은 에너지 수준을 높일 수 있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돕는다. 한 번에 하나씩 작은 변화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마음이 추락하는 것을 막고 생각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안전을 찾도록 생물학적으로 짜여 있기 때문에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은 위협으로 인식된다. 외로움은 뇌의 위험 감지 센터가 과도하게 활동하게 해 염증성 세포를 생성하고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한 항체는 줄어들게 한다. 싸우거나 도망치는 준비를 하는 것이다. 외로운 뇌는 다른 사람들을 잠재적인 위협으로 보게 돼 다른 사람을 통해 외로움을 완화하기보다 적으로 인식하게 한다.
외로움의 신경학적 연구 전문가인 스테파니 카치오포 박사는 외로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개입 방법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은 외로운 사람에게 가장 좋은 것이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우리는 받는 것과 동시에 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고독한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가치 있다는 느낌과 이타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4년 전 영국 정부는 외로움의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로움 장관을 임명해 외로움을 사회 보건 문제로 보고 국가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영국의 한 작은 도시에서는 “인사해도 괜찮으면 이 벤치에 앉아주세요”라고 써 있는 ‘행복한 벤치’를 설치했다. 이 모델은 캐나다·미국·폴란드로도 확산됐다. 서유럽에서는 자신을 통제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사회 정서적 학습을 교육 시스템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덴마크에서는 공감 교육이 정기 교과 과정에 들어 있다. 외로움의 문제도 하나씩이라도 변화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 변화는 행복한 벤치와 같이 작은 것일지라도 고립돼 가는 사회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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