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철에는 흔히 ‘쪼리’라고 불리는 플리플랍이나 샌들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 한때 편한 자리나 집 앞에 나갈 때 가볍게 신는 신발로 여겨졌던 쪼리는 최근 편안함과 스타일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급부상하며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 제니퍼 로렌스는 올해 칸 영화제 공식석상에 디올의 빨간색 롱드레스와 함께 검정색 쪼리를 신고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쪼리, 샌들과 같은 여름철 신발들은 대개 밑창이 딱딱하고 얇다. 통풍을 도와 발 냄새와 무좀을 줄일 지 모르나 발 건강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쪼리와 같은 슬리퍼 종류는 발 뒤꿈치를 지지해 주는 부분이 없다보니 미끄러지기 쉬운데 자칫 발을 잘못 디딜 경우 순간적으로 족저근막이 강하게 늘어나면서 손상을 받게 된다.
발바닥의 근육을 둘러싸고 있는 족저근막은 발꿈치 뼈에서 시작해 발가락 뼈까지 이어져 있다. 발바닥의 아치를 만들고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해 보행에 도움을 준다. 족저근막염은 이 족저근막에 염증이 생겨 통증을 유발하는 상태다. 주로 발꿈치 안쪽에서 통증이 시작되며 만성으로 발전된 경우 발 안쪽을 따라 발 중앙이나 발바닥 전체에 발생한다.
아침에 일어나 첫 발을 딛을 때나 오랜 기간 앉았다가 일어설 때 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게 특징적 증상이다. 걷다보면 통증이 완화된 것처럼 느껴지지만 오래 걷거나 뛰는 경우 다시 통증이 심해진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족저근막염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7만 1850명으로 10년새 2배 가량 늘었다. 성별 구성을 살펴보면 여성 환자가 약 15만 6000명으로 남성(11만 5000명)보다 1.4배 가량 많았다. 족저근막염의 가장 흔한 원인은 반복적인 사용으로 인한 족저근막의 스트레스가 거론된다. 중년이거나 과격한 운동을 즐겨하고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경우 발생 위험이 더욱 높아지고 평소 딱딱하거나 얇은 밑창의 신발을 신는 경우에도 생길 수 있다. 발의 아치가 낮거나 없는 편평족, 반대로 아치가 높은 요족 등 발의 구조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일반 엑스레이 검사에서 뼈가 튀어나와 보이는 골극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으나 특별한 이상소견이 없는 경우도 많다. 초음파, 자가공명영상(MRI) 검사 등으로 다른 주변 조직의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나 진단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 일반적으로 족저근막염은 활동을 조절하는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증상 완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6개월 이상 보존적 치료를 시행해도 증상이 완화되지 않는다면 통증이 심한 족저근막 일부를 절제하거나 늘려주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소염진통제를 통해 통증을 조절할 수도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니다.
족저근막염을 사전에 예방하고 증상을 완화하려면 무엇보다 생활습관 관리가 중요하다. 평소 발바닥 부위에 쿠션이 있는 편한 신발을 착용하고 적절한 체중 유지와 과도하지 않은 운동이 권고된다. 오래 서있거나 운동을 하는 경우 수시로 발바닥 스트레칭이나 마사지를 해주는 것이 좋다. 틈틈이 발바닥 근육 강화 운동을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박영환 고려대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우리의 발은 매일 사용하는 만큼 한번 증상이 유발되면 일상생활에 바로 영향을 주고 삶의 질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정확한 진단을 통해 제때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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