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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86세대의 반성문 ‘다시, 민주주의!’

정민정 디지털전략·콘텐츠부장

민주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일파만파

“벼락출세 86세대, 벼락속물 전락” 지적

당 혁신안은 '이재명 사당화' 논란 자초

민주당 정신 회복해야 내년 총선 기약

정민정 디지털전략·콘텐츠부장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핵심 피의자인 윤관석 의원이 구속됐고 돈 봉투 수수가 의심되는 현역 의원들 명단이 줄줄이 흘러나오고 있다. ‘사법 리스크’라는 시한폭탄을 당에 투척한 당 대표, 상임위원회 질의 시간까지 쪼개 휴대폰을 눌러댄 ‘코인 의원’ 등 갖가지 의혹과 부패 사건이 ‘자칭 진보’ 민주당에서 터져나온다. ‘대한민국의 진보가 무너졌다’는 자조 섞인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1970~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86운동권 인사들이 광복절에 맞춰 “과거의 그릇된 행태를 반성하고 미래 세대에 새 판을 열어주자”며 ‘민주화운동동지회(가칭)’를 발족하고 나섰다. 86세대는 신군부 세력의 집권 저지를 위한 5·18민주화운동부터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낸 6월 항쟁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민주화 물결의 선봉에 섰다. 하지만 16대 총선을 기점으로 정치권에 대거 진입한 뒤 어느덧 기득권 세력으로 군림하고 있다.

1985년 미국문화원 점거 농성을 주도했던 함운경 씨는 “운동권이 만든 ‘쓰레기’는 운동권이 치워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배경을 밝혔다. ‘정당정치와 의회민주주의 복원을 지지하며 대결과 증오를 부추기는 세력을 축출해야 한다. 우리 함께 후손을 위해 설거지를 하자’는 선언문이 비장하다. ‘설거지’ 대상은 ‘반(反)대한민국 역사 인식’ ‘민주화운동의 상징 자산 사취(詐取) 및 독점’ ‘반미·반일 프레임에 따른 북한 신정(神政) 체제 용인’ ‘상대를 타도의 대상으로 보는 독선과 흑백논리’ ‘도덕적 우월감’ 등이다. 15일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발족식을 할 예정이다.

현재의 민주당은 자신의 견해와 조금이라도 다르면 적폐나 토착 왜구로 찍어 내리는 게 일상이 됐다. 초등학생들을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이벤트에 버젓이 앞세우고 ‘여명(餘命) 비례 투표’라는 기발한(?) 아이디어까지 내놓으며 세대 갈라치기에 여념이 없다. 인권·성평등을 전매특허처럼 내세웠지만 성비위 사건이 끊이지 않아 ‘더듬어민주당’이라는 비아냥을 샀다. 자녀 입시 비리로 민주당의 명예를 직격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딸 조민 씨가 입시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자 “차라리 옛날처럼 나를 남산이나 남영동에 끌고가서 고문하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자녀 입시 비리와 관련해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대법원에서 이미 징역 4년 선고가 확정됐다. 민주당이 지켜온 자유민주주의, 따뜻한 시장경제, 정의와 공정, 인권 등의 가치는 자취를 감췄고 ‘국민의 생활’이 아닌 ‘개인의 생활’을 돌보느라 역사적 사명 따위는 내팽개친 지 오래다.



스스로도 진보가 쌓아올린 명예의 탑이 버거웠는지 “진보는 돈 벌면 안 되나” “진보라고 꼭 도덕성을 내세울 필요가 있느냐”며 되레 역정이다. 진보 정치학자 박명림 연세대 교수의 지적처럼 “벼락 출세로 벼락 명예를 획득했지만 벼락 속물, 벼락 오물로 전락한 세대”가 됐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지만 민주주의자가 아니었고 정의를 외쳤지만 정의롭지 않은 세대’라는 자성도 뼈아프다.

옛 동지들마저 등을 돌리고 민주당 이름에서 ‘민주’를 떼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거세지만 위기감은 찾아볼 수 없다. 설상가상 최근 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조직 개편과 총선 공천 룰 변경을 골자로 한 ‘혁신안’이라는 것을 내놓자 당 안팎에서는 ‘이재명 사조직’이라는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올해 5월 5·18민주화운동 43주년을 맞아 민주당은 전국 방방곡곡에 ‘다시, 민주주의’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정치권 밖 86세대가 내놓은 비장한 반성문 역시 ‘다시, 민주주의’를 처절하게 외치고 있다. 하지만 작금의 민주당이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내년 4월 총선까지 8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 시절의 명예가 마냥 거추장스러운 민주당은 당장 내일조차 기약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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