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대 저성장에 머물 것이라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1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바클레이스·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씨티·골드만삭스·JP모건·HSBC·노무라·UBS 등 8개 해외 IB들의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9%에 그쳤다. 해외 IB들은 올해 경제성장률도 평균 1.1%로 낮춰 잡았다. 이 전망대로라면 우리 경제는 1954년 성장률 통계 작성 이래 최초로 2년 연속 1%대 저성장의 늪에 빠지게 된다.
이 같은 해외 IB들의 시각은 일부 부문의 수출 회복을 내세워 하반기에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며 ‘상저하고(上底下高)’ 기대에 매달리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 뚜렷한 차이가 있다. 수출이 여전히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데도 정부는 올 하반기 이후 본격적인 수출 회복을 이유로 우리 경제 성장률이 올해 1.4%에서 내년에는 2.4%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의 수렁에 빠지고 해외 시장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일본의 엔화 가치가 연일 곤두박질치는 등 수출 여건은 악화일로다. 수출 개선을 토대로 경기 회복을 낙관할 근거가 점차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한국경제연구원 등 민간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하반기 경기반등론에 회의감이 짙어지는 이유다.
1%대 저성장이 고착될 것이라는 해외 IB들의 전망은 결코 허투루 넘겨서는 안 될 심각한 경고다.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장기 불황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외 악재의 파고에 휩쓸려 장기 저성장의 터널에 갇히지 않으려면 반도체 등 기존 성장 동력 재점화뿐 아니라 미래차·바이오·방산·원전 등 신성장 동력의 집중 육성이 절실하다. 제2·제3의 반도체가 될 미래 신사업에 대한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를 조속히 끌어내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그러려면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갖고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북돋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기업을 옥죄는 규제의 족쇄를 과감히 제거하고 경직된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기 위한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법인세 인하를 비롯한 전방위 세제·금융 지원도 하루빨리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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