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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도영 IBS 원장 "기초과학도 속도전…신뢰 바탕 연구시스템 개선을"

[독일 'EKC 2023' 기조연설자 인터뷰]

과학자 지원하되 간섭 없어야

예산·장비구입 등 자율성 필요


"한국이 '빨리빨리' 문화가 있다고 하지만 멀리서 보면 더 오래 걸립니다. 틈새를 메워가는 작업을 통해 기초과학에서도 더 속도를 내야 합니다."

노도영(사진)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은 "(일반적인) 제품은 남들보다 6개월 늦게 출시해도 시장에서 팔 수 있지만 기초과학은 누군가가 먼저 발표를 하면 아예 가치 자체가 사라져버린다"며 과학기술 연구개발(R&D)에서도 속도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8일(현지시간)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에서 열린 ‘한국-유럽 과학기술학술대회(EKC 2023)’에서 기조연설을 한 노 원장은 국내 취재진과 만나 “국내에서는 실험실을 세팅하는 과정에서도 실험 장비를 위한 심의하고 구매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외국에 비해 6개월에서 1년이 넘게 소요된다”면서 "장비 구매 시스템 등 근본적인 부분에서부터 개선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노 원장은 이번 EKC 출장을 통해 막스플랑크 연구소를 비롯한 여러 연구기관을 방문, 과학자들이 기술 사업화 등으로 수익을 낼 때 기관·개인 간의 이해 충돌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그는 “독일 연구자·행정 실무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 된 것은 이들이 별다른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연구자가 개인의 사익을 위해 공적인 리소스를 쓰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는 것”이라면서 "과학자들을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문화, 신뢰하는 문화가 연구와 사업화 모든 부분에서 적용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자에게 연구 주제부터 예산, 장비 구입, 사업화 여부까지 모든 부분에 자율성을 주되 책임도 연구자가 지도록 하는 독일 연구소 시스템의 저변에는 신뢰라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노 원장은 "과학기술을 포함해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청렴도가 이미 10년 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올라갔기 때문에 과감하게 우리도 (막스플랑크 식의) 시도를 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IBS가 출범한 지 12년이 됐고 기초과학 분야 중에서도 바이오 분야는 일부 사업화 가능성이 있는 기술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이를 사업화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정교하게 다듬어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뮌헨(독일)=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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