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4일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은행권 대출금리는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의 주요 자금 조달원인 은행채 금리가 오르고 있는 데다 향후 채권시장 전망도 금리 상승에 좀 더 힘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가계부채의 가파른 증가세가 대출금리 상승의 또 다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고정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90~6.09%로 집계됐다. 지난달 1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이들 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가 3.98~5.9% 정도였음을 고려하면 하단은 0.08%포인트 떨어졌고 상단은 0.19%포인트 올랐다. 기준금리가 동결됐는데도 오히려 대출금리는 오른 셈인데 국민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세 곳 은행에서 0.2%포인트 안팎 금리를 올렸다.
이날 재차 기준금리가 동결됐음에도 대출금리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나이스피앤아이에 따르면 23일 기준 5년 만기 금융채 금리는 4.367%를 기록해 지난달 금통위가 열렸던 13일(4.198%) 대비 0.169%포인트 상승했다. 채권 발행이 늘면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반대로 금리는 올라간다. 올해 하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금융채 규모가 124조 원에 달하는 가운데 상당 규모가 차환 형태로 채권이 발행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7·8월에 상당 물량이 시장에서 소화됐지만 9월 이후에도 65조 원이 넘는 금융채 만기가 남아 있는 상태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한 것도 국내 채권시장에서의 금리 상승 압력을 더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 증가세가 가팔라지면서 최근 정부가 은행의 가계대출 관리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도 향후 대출금리 상승을 이끌 변수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현장 검사를 시작한 가운데 이날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권의 ‘가계대출 확대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을 줄이려면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는데 결국 은행들은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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