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칩의 대중 수출을 막은 미국 정부가 중동 국가로도 이 같은 수출 제한 조치를 확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국가를 통해 중국으로 AI 컴퓨팅 자원이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3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분기 실적 보고서를 통해 “미국 정부가 A100, H100 등을 중동 몇 개 국가 등 특정 지역에 판매하려면 추가 라이센싱 필수요건이 필요하다고 알려왔다”며 이 같이 공시했다. 다만 엔비디아는 수출 통제 중동 국가에 어떤 곳이 포함되는 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올 2분기 엔비디아가 135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가운데 매출 발생 주요 국가는 미국, 중국, 대만 등으로 집계된다. 기타 지역으로 분류된 곳의 매출 비중이 13.9%인데 개별 국가는 특정되지 않았다.
다만 기존 보도를 종합해볼 때 엔비디아의 A100, H100 등 구매 이력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국가들이 이번 조치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즈(FT)는 사우디아라비아가 3000여개에 달하는 H100칩을 구매했고 UAE 역시 수천개의 AI칩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통상적으로 수출 통제는 안보 이슈와 관련되지만 중동의 경우수출 통제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고 짚었다. 다만 중동 국가를 통해 중국으로 엔비디아의 컴퓨팅 자원이 흘러갈 수 있다는 위험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 통신부 장관 압둘라 빈 아메르 알사와하는 지난해 중국과 AI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내용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또 사우디 압둘라 국왕 과학기술대에는 중국 AI 전문가들도 둥지를 튼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다만 이같은 추가적인 수출 통제 조치가 엔비디아의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세계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제품 수요를 고려할 때 추가적인 수출 금지 조치가 시행된다고 해도 재무 실적에는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