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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2차전지 인버스'는 죄가 없다

정다은 투자증권부 기자


“저희도 사실 고민은 많이 했었어요. 선뜻 먼저 낼 용기는 없었지만요.”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최근 주식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KB자산운용의 2차전지 인버스(역방향) 상장지수펀드(ETF) 출시와 관련해 한 운용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들 역시 “다들 눈치 게임을 벌이고 있었다”며 비슷한 반응이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임원은 “당연히 나올 법한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2차전지 인버스 ETF가 나오는 것은 시간 문제였던 셈이다.

일부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을 고려해도 최근 조정장 속 단기 하락에 베팅하는 ‘쇼트(매도)’ 수요는 상당했다. 2차전지 관련주들이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던 7월 한 달 동안 개인이 ‘KODEX 코스닥150선물 인버스’를 6534억 원어치 사들인 것이 그 방증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수 규모(555억 원)와 비교하면 12배에 달한다. 이 상품은 올해 2차전지 급등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헤지 수단이었다.

일각에서는 KB자산운용이 2차전지주 공매도 세력과 결탁했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하지만 억측이다. 기관은 이미 공매도 수단을 확보하고 있어 굳이 인버스 ETF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물론 2차전지 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 수는 있으나 실제 수급에 끼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다. 오히려 개인들도 간접적으로 공매도 투자에 나설 수 있는 무기를 갖는 것이어서 이 ETF는 기관보다는 개인 친화적인 상품에 가깝다.



실제 KB자산운용이 인버스 상품을 출시할 ‘용기’를 낸 것도 ETF 시장에서 더 많은 개인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결정으로 읽힌다. 코로나19 이후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돼 ETF 시장이 급성장하자 최근 운용사들 간 경쟁은 무한대로 치닫고 있다. 운용사들은 개인 고객을 잡기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인기 상품 베끼기나 운용 보수 인하 등 ‘치킨 게임’마저 불사하고 있다.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KB운용도 강수를 뒀을 뿐이다.

운용사 간 경쟁에 불꽃이 튀면서 국내 상장된 ETF만 700개가 넘는다. 순자산이 50억 원도 채 되지 않아 사실상 사장된 상품도 이미 수십여 개다. 운용사는 다양한 투자 수요를 겨냥해 상품을 내놓고 있으며 선택은 투자자의 몫이다. 2차전지 인버스 ETF 역시 마찬가지다. 출시 자체를 비난하기보다는 시장의 판단을 지켜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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