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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슈퍼컴 '도조'에 HBM 탑재…K반도체 시장 다변화

엔비디아칩 대신 자체 AI 칩 개발 주력

자율주행 데이터 처리에 HBM 필수

'양강' 삼성·SK 잠재고객사 확장

파운드리 주문 함께 늘어날 수도

SK하이닉스(왼쪽)와 삼성전자의 HBM3 제품 이미지.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이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기반으로 잇달아 새로운 사업 영역에 뛰어들면서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기업들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이 커질수록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주문이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12일 “그동안 엔비디아가 생산하는 H100 칩이 국내 반도체 시장을 흔들었지만 테슬라·구글·아마존 등도 자체 칩을 개발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테슬라가 개발하고 있는 슈퍼컴퓨터 ‘도조’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는 11일(현지 시간) 도조에 대해 “테슬라의 평가 가치를 최대 5000억 달러(약 664조 원) 높여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날 테슬라 주가는 10% 급등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도조에 테슬라가 개발한 AI 반도체 ‘D1’과 함께 HBM이 탑재된다는 점이다. 도조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한 용도의 슈퍼컴퓨터로 테슬라 차량에서 수집된 동영상과 주행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해 주행 패턴을 학습한 뒤 이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를 제작한다.

실제 테슬라가 지난해 8월 반도체 학술 행사 ‘핫칩스 34(Hot Chips 34)’에서 공개한 도조 클러스터 구조에 따르면 도조인터페이스프로세서(DIP) 옆에 HBM이 붙고 그 내부에 D1 칩으로 구성된 ‘훈련 타일’이 연결된 형태다. 자세한 구조는 매년 바뀔 수 있지만 대규모 데이터 처리를 위해서는 HBM 탑재가 필수다. 테슬라는 2012년부터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장착한 슈퍼컴퓨터를 제작해 활용해왔다. 그러나 완전자율주행 구현에 최적화된 기술을 위해 2021년 자체 AI 프로세서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하며 방향을 대폭 틀었다. 향후 D1 칩이나 도조의 ‘진화’가 이뤄질 때마다 HBM 수요가 늘어나는 구조다.



테슬라가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 칩이 탑재된 슈퍼컴퓨터 ‘도조’의 구조. 사진 제공=테슬라


테슬라뿐만이 아니다. 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앞다퉈 AI 반도체 자체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구글은 4월 자체 개발 AI 반도체인 텐서처리장치(TPU)를 4000여 개 탑재한 인공지능 개발용 슈퍼컴퓨터 ‘팜(PaLM)’을 공개했다. 아마존 역시 클라우드 계열사인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해 인퍼런시아(추론용), 트레이니움(학습용) 등 자체 칩을 활발히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HBM을 포함한 AI용 메모리반도체의 잠재 고객사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HBM 제조사가 엔비디아·AMD 등 AI용 GPU 제조사를 포섭하지 못하면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구조지만 자체 개발 AI 칩 상용화가 이뤄진다면 HBM 공급처를 빠르게 늘려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사 입장으로서는 여러 개의 ‘제2의 엔비디아’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HBM 제품 특성상 기술 진입장벽이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과점 구조도 깨지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호재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차세대 AI 반도체 대부분이 7나노미터(㎚·10억 분의 1m) 이하 미세공정으로 생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단 공정을 운영하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에도 새로운 고객 창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나현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I 개발 경쟁이 심화되며 빅테크 기업은 자체적으로 AI 반도체를 개발하기 시작했다”며 “다양한 AI 소프트웨어가 개발되면서 소프트웨어 산업이 급성장할 것이고 동시에 늘어난 AI 연산 수요와 함께 AI 가속기, HBM 등 하드웨어 산업 성장세도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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