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겸 과학저술가인 곽재식(사진) 작가는 ‘다작(多作)’으로 유명하다. 올해 6월부터는 한 달에 한 권꼴로 총 4권의 단행본을 연달아 펴냈을 정도다. 출판 목록을 살펴보면 4권이라는 숫자도 그렇지만 다채로움이 더 놀랍다. 추리소설집 ‘사설탐정사의 밤’을 시작으로 중력·전자기력·강력·약력 등 자연계의 4대 힘과 여덟 명의 과학자를 탐구한 ‘곽재식과 힘의 용사들’, 사회·경제·심리 등 다양한 분야의 역설(paradox)을 다룬 ‘곽재식의 역설 사전’, 한국 현대사의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추적한 ‘대한민국 미스터리 사건 수첩’ 등 소재부터 스타일까지 어느 하나 겹치는 게 없다. 심지어 그는 글만 쓰는 전업 작가도 아니다. 2021년 초까지는 대기업 부장까지 오를 정도로 회사 일에 매진했고 지금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연구부터 강의까지 매일 열심이다. 여기다 라디오 고정 출연 등 방송도 틈틈이 한다.
이쯤 되면 생산력의 비결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지만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곽 작가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2006년 데뷔한 이래 35여 권의 단행본을 냈으니 1년에 2권꼴로 결코 많지 않다. 부지런한 작가라면 대부분 이 정도는 쓴다”고 했다. 다만 다양한 소재를 붙잡으려는 노력은 필요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곽 작가는 “부지런히, 쉼 없이 글을 쓰려면 무엇을 써야 할까에 대한 고민은 계속할 필요가 있는데 나에게는 메모가 그 방법”이라고 했다. 실제로 곽 작가는 트위터나 블로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신의 생각들을 꾸준히 기록해두는 걸로도 유명하다.
“누구나 재미있는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다 보면 ‘나도 이런 생각했었는데’ 또는 ‘이런 이야기로 나도 한 번 써볼까’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만 그렇게 잠깐 생각하고 그치는 걸로는 안 돼요. 그 생각이 정리돼 기록으로 남아 있어야, 그걸 손에 꽉 쥐고 있어야 글이든 뭐든 풀어낼 수 있겠죠. 그저 생각만 하고 있는 것과 생각을 붙잡아 글로 이어간다는 건 굉장히 다른 일이고 후자를 해내는 사람을 작가라고 하는 것이겠죠.”
다작의 비결도 어쩌면 기록의 힘에 있는 듯 보인다. 곽 작가는 “내게는 이런 책을 써보면 좋겠다는 6~7편의 리스트가 항상 있다”고 했다. 그는 “출판사에서 같이 책을 쓰자고 요청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면 내가 먼저 목록을 내밀며 ‘이 중에서 내고 싶은 책이 있느냐’고 묻는다”며 “한두 권을 제외한 내 책들은 모두 이런 방식으로 출판된 책들”이라고 말했다.
또 작가는 쓰고 싶은 책도, 써야 할 책도 많아 “앞으로도 부지런히 써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저자 곽재식의 출간 목록은 계속 업데이트될 예정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곽 작가는 한국의 별자리와 민담 등을 과학적으로 풀어낸 천문·우주 관련 신작을 집필하고 있다. 그는 “천문학이 유럽 중심으로 발전하다 보니 그리스신화 속 인물이 하늘의 별이 됐다는 식으로 이야기되지만 우리나라에도 별은 보였고 별자리 전설과 신화는 있었다”며 “일례로 태조 이성계는 금성을 수호신 삼아 제사를 지내고 기원했는데 이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의 별 이야기를 발굴하고 있다”고 했다.
본업과도 관련 있는 기후변화 주제의 책도 준비하고 있다. 작가는 지난해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라는 책을 출간한 바 있다. 곽 작가는 “사실 나는 과학 책을 쓸 때도 이렇게 읽으면 재밌겠다, 이렇게 엮으면 흥미롭겠다는 등 흥미와 재미 위주로 생각을 전개해나가는 편인데 기후변화에 관한 책을 쓸 때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며 “재미도 재미지만 정말 중요한 내용이니까 이 중요함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진지하게 접근하는 편”이라고 했다.
소설도 꾸준히 쓸 계획이다. 그는 “글을 쓰는 과정도 소설이 더 재미있고, 내 소설 대부분은 내가 썼지만 정말 재미있다”고 자신했다.
“아무리 선한 사람이라도 타인의 성공담을 듣고 순수하게 축하해주기는 쉽지 않습니다. 친한 친구가 잘돼도 기쁜 마음과 동시에 ‘쟤는 저렇게 잘 풀리는데 나는 왜 이러나’ 싶어 배가 아프기도 한 게 사람인 거죠. 하지만 잘 쓰인 소설은 주인공에게 몰입하게 하고 주인공의 행복을 응원하고 진심으로 바라게 합니다. 이런 순수한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게 소설이고 이야기의 힘이겠죠. 그런 느낌을 주고 싶어 저는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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