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 들어 처음으로 조(兆) 단위 분기별 영업이익을 신고했다. 메모리반도체 감산에 따른 재고 감소와 폴더블 스마트폰 조기 출시 효과가 더해진 데 따른 결과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 속도가 4분기 이후 더 빨라져 내년부터는 정상 궤도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7조 원, 2조 4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1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2.7% 줄었고 영업이익은 77.8% 감소했다.
하지만 전 분기와 비교하면 실적 개선 흐름이 뚜렷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와 2분기 연속 60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나타낸 바 있다. 이날 발표한 3분기 영업이익은 금융 정보 업체인 에프앤가이드가 내놓은 시장 컨센서스(2조 1344억 원)도 12% 이상 상회했다.
특히 반도체(DS) 부문의 적자가 3조 원대 중반 수준으로 줄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올해 상반기에만 9조 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냈으나 반도체 감산 효과가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해 적자 규모가 전 분기 대비 1조 원가량 축소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업황 회복이 늦어지면서 실적 개선이 제한됐지만 4분기부터는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모두 올라 실적 상승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D램이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낸드플래시는 내년 2분기부터 다시 흑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 수출 역시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기준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5.4% 줄었으나 감소 폭은 9월 1~10일(-28.2%)보다 크게 축소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르면 이달, 늦어도 11월에는 반도체를 비롯한 전체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과 가전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이 3분기에 4조 원 안팎의 흑자를 낸 것으로 관측된다. 아이폰15 신제품 출시 등에 따라 디스플레이 부문도 1조 원 중반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전장 사업을 맡고 있는 하만 역시 5000억 원 내외의 흑자를 달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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