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첫 분기 조(兆) 원 단위 영업이익을 낸 삼성전자(005930)가 2.7% 급등하고 전날 깜짝 실적을 발표한 LG전자가 이틀 연속 상승했다. 미국발(發) 긴축 장기화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대외 변수에 짓눌려 있던 증시가 국내 대표 기업들의 실적 호전을 발판으로 종목·업종 장세로 전환해나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1800원(2.71%) 오른 6만 8200원에 장을 마쳤다.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50억 원, 2280억 원 순매도하는 사이 기관이 2410억 원어치를 사들이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달 19일 7만 원 밑으로 내려간 이후 이달 6일까지 11거래일 가운데 10거래일이나 하락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오랜만에 강세를 보인 것은 이날 발표한 3분기 잠정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기 때문이었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공시한 3분기 영업이익 2조 4000억 원은 증권사들의 평균 추정치인 2조 1344억 원을 12.4% 상회한 수치였다.
본격적인 3분기 실적 시즌을 맞아 주가가 들썩인 종목은 비단 삼성전자뿐이 아니었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도 이날 시장 예상치를 넘어선 잠정 실적을 내놓은 덕분에 전 거래일보다 3만 3500원(7.31%) 오른 49만 2000원에 마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잠정 영업이익 7312억 원은 증권사 평균 예상치인 6751억 원보다 8.3% 많은 수준이었다.
전날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고 7.03% 급등한 채 마감한 LG전자도 연이틀 상승했다. LG전자는 이날 1500원(1.43%) 오른 10만 6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LG전자는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996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5% 급증했다고 밝혔다. 증권사들의 추정치 8084억 원을 23.3% 웃돌았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삼성전자 실적 발표로 고금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 거시 지표에 휩쓸리던 증시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을 실었다. 반도체 업황 반등 기미를 확인한 만큼 투자자들의 시선이 거시 지표에서 개별 기업 실적으로 집중될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이같은 관점에서 상당수 투자 전문가들은 글로벌 거시 경제 문제로 주가지수가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장기화 우려보다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대형 성장 우량주를 유심히 봐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같이 이달 예정된 LG화학,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S-Oil), 삼성바이오로직스, SK하이닉스(000660) 등 업황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대형주의 실적 발표가 시장 흐름 전반에 변곡점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보인 업종·기업들이 차별적으로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도체·자동차·인터넷주가 강세를 보이며 코스피 반등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충분히 조정을 보인 만큼 조금이라도 실적 호전을 보이는 종목으로 수급이 몰릴 가능성이 있다”며 “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크게 높아지는 회사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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