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찾은 인천 송도국제도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5공장 공사 현장. 그리스 신전처럼 일정한 크기와 높이의 흰 구조물들이 간격을 두고 일렬로 배치돼 있었다. 건설 현장에서 흔히 보이는 격자 모양의 거푸집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배형우 삼성바이오로직스 5공장 태스크포스(TF) 그룹장은 “기둥이나 빔 등을 외부 공장에서 만들어 가져와 크레인이 레고 조립하듯 끼우는 방식이라 거푸집은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공법을 바탕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공장 공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게 됐다. 5공장 가동 목표 시점은 기존 2025년 9월이었으나 같은해 4월로 5개월 당겨졌다. 예상 공사 기간은 총 24개월로 같은 규모(18만 리터)의 3공장 건설에 35개월이 걸린 것에 비해 약 1년을 단축시켰다. 5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78만 4000리터 규모로 전 세계에서 압도적인 1위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2바이오캠퍼스 내 6~8공장 건설에 ‘쿠키컷’ 방식을 적용해 효율을 극대화하기로 했다. 쿠키컷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2년간 축적한 공장 건설 노하우가 집약된 결과물이다. 특정 디자인 등을 반복 사용해 건축물을 건설하는 방식을 말한다. 쿠키컷 방식으로 건물을 지으면 같은 디자인, 구조 및 기능을 갖는 여러 건물을 효율적으로 건설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생산시설 설비 등을 표준화해 인력 배치 및 직무교육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유지보수를 효율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사 기간을 대폭 단축하려는 이유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주 풍년’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매출 전망치를 기존 3조 5265억 원에서 3조 6016억 원으로 20% 상향한다고 이달 4일 공시했다. 올 들어 화이자·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사와의 잇따른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으로 4공장 가동률은 예상보다 빠르게 높아진 상태다. 현재 글로벌 톱 빅파마 20곳 중 14곳을 고객사로 확보했고 올해 공시된 신규 수주·증액 계약 중 10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계약만 8건이다.
8공장 완공 목표 시점은 2032년이다. 총 72만 리터 규모의 제2바이오캠퍼스가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전체 생산능력은 132만 4000리터가 된다. 노균 삼성바이오로직스 EPCV센터장 부사장은 “고성장하는 항체의약품 시장 등 전체 수급 상황을 고려하면 생산 능력을 하루라도 빨리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8공장까지 완공되면 CDMO 기업이 늘어나더라도 글로벌 시장 점유율 30%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2바이오캠퍼스의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부문에 자동화 방식을 도입했다. 자동창고를 갖춰 더 효율적이고 안전한 물류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사람이 직접 운반했던 샘플 등을 중앙 스파인 브릿지를 통해 다른 건물로 자동으로 이동시키게 된다. 작업자가 직접 화학물질의 주입량 등을 수동으로 입력해야 했던 방식은 무인충전시스템으로 대체돼 업무 효율을 50% 이상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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