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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홈런 친 베이브 루스처럼…이건희는 '초일류' 실행한 전략가"

[삼성 신경영 30주년 학술대회]

로저 마틴 토론토대 명예교수 '이건희 경영방식' 분석

"30년전엔 아무도 생각 못한 것들

현실로 만들어 내며 미래 이끌어"

전략 이론가·통합적 사상가 평가

스턴 교수, D램·휴대폰·디스플레이

삼성 발전 이끈 '3대 사건' 꼽아

로저 마틴 토론토대 명예교수가 1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베이브 루스가 예고 홈런을 치지 못했다면 단순히 오만한 사람이었겠지만 쳐냈기에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도 ‘전략 이론가’이자 ‘통합적 사상가’입니다.”

2017년 싱커스50에서 글로벌 1위 경영 사상가로 선정된 로저 마틴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는 이 선대회장이 30년 전 ‘신경영’ 전략을 제시하며 내보인 경영가적 역량이 삼성을 세계 최고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은 원동력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선대회장은 단순히 못하는 것을 잘하겠다는 수준을 넘어 초일류를 목표로 하고 이를 실행해냈다”며 ‘예고 홈런’으로 이름을 떨친 미국의 홈런 타자 베이브 루스와 비견했다.

마틴 교수는 1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의 첫 번째 키노트 연사로 나서 이 선대회장의 경영 방식에 대한 인상적인 특징들을 분석했다.

마틴 교수는 “이 선대회장은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창조하고 과거에 갇히지 않겠다고 믿는 전략가였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이 과거에 얽매여 있었다면 아직까지 라면이나 국수를 팔고 있었겠지만 지금은 전자기기와 각종 첨단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30년 전에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 선대회장의 가장 큰 업적으로 “당시에는 진실이 아니었던 것을 진실로 만든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가장 훌륭한 리더는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어떤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개별 요소를 모두 따져 새로운 창의적인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며 “이 선대회장은 정보가 전무한 상황에서도 ‘이것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마틴 교수는 2007년 출간한 자신의 저서를 통해 훌륭한 경영자는 통합적 사고에 기반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통합적 사상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영에 대한 이 회장의 언행에서 통합적 사상가의 특성이 발견됐다”고 해석했다.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는 ‘직원 몰입도 강화’를 주문했다. 그는 “1993년부터 2022년까지 삼성은 18.8배의 엄청난 성장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어 “거대해진 기업들에서 직원들은 스스로를 작은 나사와 같은 존재로 생각하게 된다”며 “직원 몰입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삼성은 이제 너무 많은 산업에 진출하기보다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콧 스턴 MIT 교수가 1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


전략 경영 분야의 글로벌 석학인 스콧 스턴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MIT) 경영대 교수는 이 선대회장의 경영 유산을 ‘가능을 넘어선 창조’의 리더십으로 정의했다. 이 선대회장은 가능성 그 이상을 보고 가능성의 한계를 극복하는 역량을 가졌으며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전략을 실행에 옮겼다고 분석했다.

스턴 교수는 “혁신적 기술을 위해 기업은 해당 기술의 잠재력을 상상하고 볼 수 있어야 한다”며 “이 선대회장은 가능성을 넘어 창조를 가능하게 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선언한 ‘신경영’에 대해서는 “품질 지향적 노력뿐 아니라 이 지평을 넘어 나아가자는 유산을 남겼고 삼성의 역사적인 세 가지 사건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스턴 교수가 언급한 삼성의 ‘역사적 3대 사건’은 D램 사업 진출, 휴대폰 사업의 스마트폰 조기 전환, 디스플레이 산업에서의 과감한 액정표시장치(LCD) 투자 등이다.

그는 “반도체 분야에서 ‘창조적 모방자’를 거쳐 30년 넘게 굳건한 선두 주자 자리를 차지했고 사양산업으로 비쳐진 휴대폰 사업에서도 이를 대전환의 시기로 보고 스마트폰으로 빨리 전환했다”며 “일본 업체에 비해 ‘2류 플레이어’였던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경쟁사들이 소극적으로 접근하는 동안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고 결단력을 높게 봤다.

이 같은 혁신적인 경영 유산을 물려받은 삼성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놓았다. 마틴 교수는 한때 휴대폰 분야 세계 1위였다가 스마트폰으로의 전환기에 선제 대응에 실패하며 몰락했던 노키아의 사례를 언급하며 “많은 기존 기업은 새로운 가능성을 수용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삼성은 현재를 바라보는 것뿐 아니라 가능성을 넘어 살펴봐야 하고 역발상적인 사고도 필요하다”며 “기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기술이 현상 유지를 방해하더라도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틴 교수는 “기업가 정신에 꾸준히 투자하고 실패를 장려하는 문화 또한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며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꾸준히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애정 어린 조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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