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610억 달러(82조 원) 규모의 빅딜인 브로드컴의 VM웨어 인수를 조건부 승인했다. 앞서 유럽연합(EU)이 내린 판단과 비슷하다.
23일 공정위는 미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의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VM웨어 인수에 대해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수 후에도 VM웨어의 소프트웨어가 브로드컴이 아닌 다른 업체의 하드웨어에도 잘 호환되도록 약속한다면, 인수를 허용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공정위는 △다른 경쟁사 및 신규사업자에 대한 호환성 수준을 현재보다 낮추지 않고 △브로드컴에 대한 호환성 수준보다 저하시키지 않으며 △경쟁사 요청이 있는 경우 호환성 인증과 관련해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브로드컴은 이를 구체적으로 이행할 방안을 오는 12월 18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VM웨어 인수로 브로드컴이 서버 가상화 관련 핵심 부품(FC HBA) 시장에서 독점력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에 이 같은 판단이 나왔다. 브로드컴은 현재 해당 부품 시장에서 64.5%의 점유율을 가진다. 이런 상황에서 서버 가상화 생태계의 ‘표준’이자 부품사에 대한 호환성 인증 시 전적인 재량권을 가지고 있는 VM웨어까지 인수하면, 다른 부품사에 대한 호환성 인증을 지연하거나 거절하는 방식 등으로 경쟁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월 EU 역시 비슷한 이유로 두 기업의 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다만 브로드컴이 최종적으로 VM웨어를 인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 경쟁당국이 지난 8월부터 결합 심사를 진행 중인데, 심사를 미루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은 인용해 “중국이 브로드컴의 VM웨어 인수 승인을 더 미룰 것으로 보인다”라며 “양국의 기술 전쟁이 격화하며 중국이 미국 기업의 인수 합병 승인을 늦추거나 보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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