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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주운 데이터, 쌓이면 환경대책 단초"

'데이터 플로깅' 선도하는 비영리단체 이타서울 한유사랑 대표

쓰레기 치운 위치·양 등 모바일 기록

인증 결과 지도에 표시, 호응 높아

이용자 2만명, 3년간 276만건 축적

지역별 정책 수립 DB로 활용 가능

미래세대 위해 데이터 더 모을 것

한유사랑 이타서울 대표가 서울 종로구 청년통합지원센터 ‘알파라운드’에 있는 이타서울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모바일 화면 속 깊은 밤처럼 어두운 지도를 손가락으로 확대해보면 대한민국 곳곳이 빛나는 기둥들로 채워진 모습이 보인다. 이 수많은 빛의 기둥은 과거 쓰레기가 있었지만 누군가에 의해 치워진 흔적들이다. 산책이나 달리기를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인 ‘플로깅(plogging)’을 기록한 ‘데이터 플로깅’을 따라 그린 일종의 ‘쓰레기 지도’다.

“사람들이 모아준 쓰레기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표현하려면 지도상에 어떻게 매핑해야 하나 많이 고민했어요. 그러다 이건 결국 지구를 위해 쓰레기를 치워주고 데이터를 모아준 한 분 한 분의 선한 의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빛으로 표현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이타서울이 구현한 ‘ESG 맵’.


지도를 만든 환경 비영리 스타트업 이타서울을 이끄는 한유사랑(사진) 대표의 설명이다. 이타서울은 개인이 줍는 쓰레기의 위치와 양·종류 등을 직접 기록해 데이터로 남기는 데이터 플로깅 문화를 2019년 처음 기획해 선도해왔다. 한 대표는 “흔히 MZ라 부르는 요즘 세대는 자신의 행동을 기록으로 남기거나 선한 영향력을 통해 자기 효능감을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기성세대보다 큰 편”이라며 “이들이 착한 행동을 자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고 생각했던 것이 데이터 플로깅의 시작”이라고 떠올렸다. 그는 이어 “쓰레기 줍는 것도 힘든데 데이터까지 입력하라면 싫어할 것 같아 이 작업을 게임처럼 즐기도록 구성했다”며 “게임 아이템 줍듯 쓰레기를 주워 인증하면 곧장 지도에 표시되고 처리량에 따라 순위까지 겨루게 했더니 반응이 좋았다”고 웃었다.

실제로 모바일 웹앱 ‘이타시티(ita.city)’를 찾아 데이터 플로깅을 하는 사람은 예상보다 빨리 늘었다. ‘200명만 써도 좋겠다’고 생각했던 이용자 수는 어느새 2만여 명까지 불어났고 이들이 지난 3년여간 자발적으로 모은 쓰레기 데이터 역시 무려 276만여 건에 달했다. 탄소 저감 효과로는 4만여 ㎏에 이른다. 지금은 빛의 지도가 한국에서만 그려지지만 기회가 된다면 글로벌까지 영역을 넓히고 싶다는 게 한 대표의 바람이다.





요즘 고민 중인 것은 축적된 데이터의 활용 방안이다. 한 대표는 ‘세밀화까지는 못 그려도 스케치는 할 수 있을 정도’로 모인 데이터를 활용해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타서울의 스타일을 베낀 유사한 앱이나 서비스가 나오기도 했지만 “지역별로 분류된 쓰레기 데이터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곳은 이타서울”이라는 자부심도 있다. 일례로 그는 이타서울의 데이터가 더 나은 쓰레기 정책을 도출하는 데이터베이스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그는 “지금껏 모은 수백만 쓰레기 데이터를 살펴보면 시군구동별로 배출되는 쓰레기 종류가 천차만별인데 우리는 모든 지역에 똑같은 쓰레기 정책을 쓰고 있다”며 “데이터를 통해 골목별 맞춤형 쓰레기 정책을 세우는 등 더 나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축적된 데이터를 연구용으로 개방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물론 데이터를 통한 실천에 이르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이타서울은 최근 바다로도 나아갔다. 빗물받이에 걸러지지 않은 채 바다로 향하는 담배꽁초를 추적하다 해양 쓰레기 문제까지 도달했다는 한 대표와 이타서울은 지난해 4월부터 해양수산부가 운영하는 반려해변 제도의 수도권 지역 코디네이터로 활약하고 있다. ‘해변을 반려동물처럼 입양해 보살핀다’는 의미로 2020년 제주도부터 시작된 이 제도는 최근 기업들의 색다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한 대표에 따르면 현재 이타서울과 함께 반려해변을 돌보는 기업들만 40곳이 넘는다. 그는 “데이터 플로깅을 접목해 기업 봉사자들에게 처리한 해양 쓰레기 데이터를 입력하게 하고 그 내역을 ‘데이터 보고서’라는 형태로 돌려준다”며 “우리는 잘 정리된 해양 쓰레기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좋고 기업들은 ESG 성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서로 윈윈”이라고 했다.

“쓰레기 데이터가 제대로 쓰이려면 앞으로 10년 치는 더 모아야 한다고도 해요. 당장 쓸모도 없는 쓰레기 데이터를 왜 모으느냐는 사람도 여전히 많죠. 그럴 때마다 저는 이렇게 말씀드려요. 우리는 몰라도 우리 다음 세대는 이 데이터로 의미 있는 일을 할 테니 다음 세대를 위한 데이터를 기부해 달라고.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해 주신다면 의미 있는 미래도 더 빨리 찾아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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