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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장 통째 베껴도 보석 석방…기술유출 처벌 '솜방망이'

설계도 빼낸 삼성 전임원 풀려나

업계 "법원, 피해 심각성 몰라"

5년간 무죄선고비율 30% 육박

관대한 처분에 해외 유출 급증

올 적발 75%↑'10년래 최대'

"안보 위협" 범정부 대응 나서





경찰에 적발된 해외 기술 유출 사건이 10년 내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법원의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에 그쳐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가 핵심 기술 유출은 국가 경제와 안보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한 만큼 엄벌주의만이 범죄 억제력을 높일 유일한 방법이라는 지적이다. 높은 범죄 수익에 비해 지나치게 관대한 처벌이 오히려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달 10일 수원지법 형사14단독은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 대해 보석을 허가했다.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장기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할 때 보석 제도가 허용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법원이 기술 유출 범죄를 관대하게 처리했다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산업기술보호법에 명시된 최고 형량은 국내 10년, 국외 15년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상무를 지낸 뒤 퇴직한 A 씨는 2018년 8월부터 2019년 2월까지 공범 6명과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인 반도체 공장 설계 도면 등을 부정 취득했다. 그는 빼돌린 설계 도면을 토대로 중국 시안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불과 1㎞ 떨어진 곳에 복사판에 가까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려 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 씨 사례처럼 핵심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경우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한다”며 “A 씨가 피의자로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보석으로 풀려난 것은 아직 우리나라가 기술 유출 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사진 설명


법원의 관대한 처분이 이어지는 가운데 해외 기술 유출 범죄는 최근 10년 동안 최대치를 기록하며 활개를 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올해 2월부터 10월까지 9개월간 산업기술 유출 등 경제안보 위해 범죄를 특별 단속해 해외 기술 유출 21건을 포함한 총 146건을 송치했다고 이날 밝혔다.

특히 최근 해외 기술 유출 사건이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돼 국가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해외 기술 유출 송치 건수는 지난해(12건) 대비 75% 급증해 2013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체 경제안보 범죄 사건 중 해외 기술 유출 비율은 14.4%로 2021년 10.1%, 2022년 11.5%에 이어 증가세를 나타냈다.



해외 기술 유출 사건을 죄종별로 구분하면 국가 핵심 기술 2건을 포함한 산업기술보호법 6건(28.6%), 부정경쟁방지법 15건(71.4%)이었다. 피해 기술은 디스플레이 8건, 반도체·기계 3건, 조선·로봇 1건, 기타 5건으로 나타났다. 유출 국가별로는 중국이 14건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미국·베트남·캄보디아·이라크·호주가 각 1건이다. 기술 유출 피해를 본 기업은 대기업이 8건, 중소기업이 13건이었으며 기술 탈취를 시도한 피의자는 피해 업체 내부인(15건)인 경우가 외부인(6건) 사례보다 많았다.

경찰 안팎에서는 해외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억제력을 실질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법원의 양형 기준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서울경제신문이 최근 5년간(2018~2022년) 대법원 사법연감을 분석한 결과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리된 1심 형사 공판 사건 총 97건 가운데 실형(유기형) 선고를 받은 사건은 9건에 불과했다. 특히 이 기간 산업 기술 유출 사건의 무죄 선고 비율은 29.9%로 나타났다.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 제공=삼성전자




한편 해외 기술 유출 범죄가 국가 안보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면서 범정부 차원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앞서 이달 8일 산업기술 보호 강화를 위해 10개 정부 부처 및 정보·수사기관과 ‘범정부기술유출합동대응단’을 출범한 바 있다. 대응단에는 국가정보원·법무부·산업통상자원부·외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중소벤처기업부·대검찰청·경찰청·특허청·관세청 등이 참여한다. 국수본 관계자는 “내년에는 범정부기술유출합동대응단에 적극 참여해 주요 기술의 해외 유출 사범을 검거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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