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작전 거점이 있다고 알려진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내 알시파병원에 전격 진입해 수뇌부 제거에 나섰다. 알시파병원이 하마스 군사 조직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 만큼 이스라엘군의 작전 경과에 따라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세력을 소탕하고 가자지구 내 새 안보 체제를 구축할 수도 있으나 아직 하마스의 저항 방식이 불분명하고 이슬람권 국가들이 전쟁에 개입할 수 있어 확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스라엘군은 15일 새벽 2시 알시파병원을 급습해 ‘정밀하고 표적화된’ 작전 수행에 나섰으며, 이 과정서 테러범과 교전하고 폭발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지 39일, 지상전이 본격화한 지 18일 만이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병원 진입 전 폭발물과 테러범을 조우했고, 병원 밖에서 테러범들을 제거할 때까지 교전이 잇따랐다”며 최소 5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다만 병원 내에서 교전은 없었으며 병원 진입 과정에서 환자나 병원 직원들과 마찰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그동안 이 병원을 하마스의 군사 본부로 지목하고 장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포위하고 있었다. 의료시설 공격이 국제인도법에 따라 엄격히 규제된다는 점을 악용해 하마스가 병원 물자와 전력에 의존하며 버티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미국 백악관에서 하마스의 군사 거점이 알시파병원에 있다고 언급한 지 몇 시간 만에 바로 군대를 투입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샌프란시스코행 기내에서 “하마스가 알시파병원을 군사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 이는 전쟁범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사브리나 싱 국방부 부대변인도 “하마스가 알시파병원을 포함해 가자지구 내 병원에 지하 터널을 뚫어 무기를 비축하고 인질을 붙잡아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작전 개시 이후 하마스는 성명을 내 즉각 반발했다. 하마스는 “백악관 성명은 이스라엘 점령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더 많은 학살을 저지르게 한 ‘청신호’”라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끔찍한 일이다. 신생아와 환자, 의료진 보호는 다른 무엇보다 우선이다. 병원은 전쟁터가 아니다”라고 성토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