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공군 1호기는 서울공항을 이륙해…”
이 안내방송은 해외 순방길에 오르는 대통령을 태운 전용기 ‘코드원’(Code One·공항 관제탑에서 대통령이 탄 비행기를 부르는 콜사인(Call Sign))이 서울공항을 이륙하기 직전 조종사가 비행 시작을 알리는 기내방송이다.
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전용기라는 의미는 ‘특정한 사람만이 이용하는 비행기’라고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 전용기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공식·비공식 수행원들이 해외 순방을 비롯한 공무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비행기를 대통령 전용기로 부른다.
우리 정부는 공식적으로 전용기 4대를 운영하고 있다. 공식 명칭은 ‘공군 몇 호기’이런 식으로 불린다. 즉, 1호기는 ‘공군 1호기’로 부리며, 기존에 사용해왔던 보잉 747-400 기종을 2022년 초 퇴역시키고 새 1호기 보잉 ‘747-8i’를 도입했다. 현재 교체를 추진하는 보잉 737-300 기종이 ‘2호기’다. ‘3호기’와 ‘5호기’는 VCN-235 기종을 활용하고 있다. 군에서 숫자 ‘4’ 사용을 꺼리면서 전용기 역시 ‘4호기’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공군 1호기는 민간 항공사인 대한항공에서 임차해 사용 중이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정부 전용기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장기 임차 형식으로 도입했던 보잉 747-400 기종이 노후하면서 전용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에, 정부는 2020년 5월 대한항공과 새 임차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2021년부터 2026년까지로 계약금액은 5년 간 총 3002억9000만원이다.
美도 ‘747-8i’ 개조해 전용기 사용 예정
보잉 747 계열 항공기 가운데 최신형인 새 전용기는 길이가 70.67m로 기존 1호기에 비해 5.58m 길어졌다. 기내 면적도 총 29㎡ 넓어졌다. 신형 엔진 장착(추력 25.5t→30t)으로 순항속도와 최대운항거리가 증가했다. 현존하는 대형 항공기 가운데 가장 빠른 마하 0.86의 순항 속도를 자랑한다. 최대 14시간에 1만 4815km까지 운항이 가능하다. 기존 전용기 747-400보다 2386km 더 비행할 수 있는 것이다. 전 세계 어떤 곳이든 중간에 착륙하거나 연료를 새로 넣지 않아도 쉼 없이 날아갈 수 있다.
또 기체 내부 개조를 통해 편의성이 높아졌다. 대통령 전용실과 회의실 방음재 보강으로 소음이 기존 대비 절반으로 감소했고 수행원 좌석도 개선됐다. 탑승 좌석수는 총 213석(전용석 2석, 비즈니스 42석, 이코노미 169석)으로 이전 대비 1석 늘어났다. 보안·통신 장비 개조 작업도 이뤄졌다. 항공기 중량의 70%를 새로운 알루미늄 합금과 복합소재를 사용해 항공기 무게도 대폭 줄였다. 이는 항공기 자체의 성능과 엔진성능 향상과 맞물려 747-400 항공기 대비 좌석당 연료소모율이 16% 향상하고 이산화탄소가스 배출도 16% 이상 저감됐다.
특히 미국도 향후 747-8i를 개조해 대통령 전용기로 사용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전용기의 관리와 운영은 공군에서 맡고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 전용기 내에 대한항공 승무원과 공군 소속 승무원이 함께 서비스를 제공 한다. 대통령 전용기만의 특색이다. 조종사 역시 공군과 대한항공의 조종사가 함께 투입된다.
‘1호기’ ‘2호기’ ‘3호기’ 등의 호칭은 공군이 관리하는 숫자일 뿐이다. 대통령이 탑승하는 비행기나 헬기는 곧바로 ‘코드 원’으로 불린다. 대통령이 공군 2호기 또는 3호기에 탑승하거나 피치 못할 경우 민항기 또는 다른 공군기에 탑승하더라도 대통령이 탑승한 항공기는 ‘코드원’으로 불린다.
대통령 전용기의 내부는 해외 이동 중에도 국정 운영이 가능하게 모든 시설이 구축돼 있다. 대통령의 안전을 위해 미사일 방어 경보 및 방어장치 시스템과 군과 위성으로 직접 연결할 수 있는 국가지휘통신망, 위성통신망 등을 갖췄다. 대통령의 개인생활 공간과 참모진과 회의가 가능한 집무공간 등이 마련돼있다.
대통령을 수행하는 장관 등의 국무위원과 대통령실 비서진이 이용하는 공간이 별도로 있다. 대통령이나 국가 고위공무원 등 수행단이 사용하는 좌석은 기자석과 차단돼있다.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 및 고위공무원 등 수행단의 공간이 공개되기도 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개된 사례가 없다. 좁은 기내에서 기자단이 대통령이나 고위 공무원들과 접촉하기는 쉽지 않는 게 현실이다.
좌석은 일반 비행기처럼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으로 구분된다. 대통령실 비서관급이 비즈니스석을, 비서관급 이하 행정관과 기자단 일반 이코노미석을 이용한다. 따라서 좌석 경쟁은 치열하다. 기자들은 통상 80여석을 사용한다. 사진과 방송영상, 펜(신문기자) 기자들이 포함된다. 펜 기자들은 보통 40여명 내외로 구성된다. 한미정상회담 등 관심이 많은 해외 순방에서는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하지 못하는 일부 기자들은 민간 항공기를 이용해 순방에 참여하기도 한다.
기내식 메뉴는 비즈니스급으로 제공된다. 하지만 민간 항공기와 달리 하나의 트레이(쟁반)를 사용한다. 수행 기자단은 대통령 전용기를 공짜로 이용하지 않는다. 언론사들은 상당히 비싼 순방 비용을 지불한다. 전용기를 이용해 인근 지역으로 이동이 잦은 중앙아시아 순방의 경우, 기자도 1인당 항공료로만 700여 만원, 영국과 미국 등 장거리로 방문국이 많아지면 1000만 원이 넘게 지불한다.
‘백의 민족’, 흰색 바탕에 적색·청색 가로선
탑승 비용은 기자가 속한 개별 언론사에서 지불한다. 노무현 정부 이후부터 정부가 언론사에게 어느 정도 지원금을 전달하던 관례가 없어졌다. 기존에 순방 비용의 일부를 청와대 특별활동비에서 지원해주는 방식이었다.
신형 공군 1호기 내부개조는 국방부와 청와대 경호처, 대한항공 등이 맡았다.
전용기 내부는 1층 앞쪽에는 집무실과 침실, 휴식시설, 회의실 등 대통령 전용공간, 뒤쪽에는 기업인 등 비공식수행원과 기자들의 공간이 마련돼 있다. 2층은 장관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공식 수행원들을 위한 공간이다.
일반실의 경우 청와대 수행직원들과 출입기자들이 타게되는데 일반 좌석보다 앞뒤 간격을 7.6cm정도 넓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연설대를 비롯한 기자회견 공간도 신설됐다. 2층의 경우 별도로 개조가 이뤄지지 않았고, 종전대로 장관 등 내외부 수행원들이 타게 된다. 전용기 좌석은 210석 내외로 특별기 기준으로 30~40석가량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보잉747-400의 원래 좌석수는 416석이다.
‘코드원’은 미국의 ‘에어포스원’과는 달리 전용기로 제작한 것이 아니다. 일반기를 개조한 형태로 에어포스원엔 미치지 못하지만 첨단통신망을 비롯한 다양한 특수기능과 보안 장비가 탑재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관에는 백의 민족을 상징하는 흰색 바탕에 적색과 청색 가로선이 그려져 있다. 선 위에는 대한민국(KOREA)라고 적혀 있는 게 특징이다.
임차해서 사용하는 1호기와 달리 공군 2호기는 정부(공군)가 소유한 전용기다. 현재 정부가 운영하는 공군 2호기는 보잉 737-300 기종이다. 전두환 정부 시절인 1985년 도입했지만, 40여 년이 가까워지면서 교체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윤석열 정부가 ‘공군 2호기’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항속거리는 4100㎞가 넘지만 노후 기종이라 안전상 주로 단거리 비행에 사용한다. 보잉 737-300 기종의 표준 탑승 승객 수는 140여 명이지만 전용기로 개조하면서 대통령과 수행원이 탑승할 수 있는 규모는 40인승에 불과하다.
공군 2호기는 아시아권 중단거리 비행에 주로 사용해 왔다. 1호기에 비하면 뒷전이지만, 2호기이지만 과거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적이 사례가 있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 투입돼 평양 공항에 착륙했고, 2018년에도 문재인 정부 대북 특사단이 공군 2호기를 타고 평양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같은 해 9월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특별수행원, 기자단을 태우고 평양에서 백두산 삼지연으로 비행하는 톡톡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대통령 전용기 역사를 살펴보면 제1~3대 이승만 대통령은 초대 전용기로 ‘C-47 다코타’ 수송기를 활용했다. 6·25 전쟁 기간 중에 잠시 사용한 기종으로, 고전 전쟁영화에 자주 등장하는데 27명의 병력을 수송할 수 있고 주로 공수부대들이 자주 사용했다. 두번째 전용기는 ‘L-26 Aero-Commander’를 도입했다.
대통령 전용기, 30년째 B747 기종 ‘임차’
제4대 윤보선 대통령은 재임기간이 짧아 전용기 기록이 없다.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전세기를 이용해 미국을 방문하면서 본격적인 대통령전용기 활용 기록이 남겨지기 시작했다. 미국 노스웨스트항공사 컨스텔레이션항공기를 빌려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제5~9대 박정희 대통령은 1964년 독일수상의 초청을 받아 서독을 방문할 때는 루프트한자의 도쿄~프랑크푸르트 노선 1등석을 비워 김포공항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이용했다고 한다.
1964년 드디어 대통령전용기를 처음으로 도입한다. 박 대통령이 특별히 좋아했다고 알려진 항공기는 더글라스사 ‘VC-54 수송기’로 알려졌다. 순항속도 310km/h, 항속거리는 6400km에 달한다. 미국의 해리트루먼 대통령과,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전용기로 사용되기도 했다. 1970년 군사원조로 새로운 전용기 ‘VC-119’기가 들어오는데 ‘DC-6’이라 불리는 여객기를 개조한 항공기다. 1974년 대체 기종으로 영국의 호커-시들리사의 ‘HS-748’를 도입하지만 박 대통령이 ‘VC-54 수송기’를 워낙 선호해 잘 활용되지 않았다.
제10대 최규하 대통령, 제11~12대 전두환 대통령, 제13대 노태우 대통령 시절에는 정부가 직접 운용하는 현 공군 2호기 ‘보잉 737-300’을 도입해 주로 아시아지역 순방에 사용하기도 했다. 이후 중거리 순방용 ‘DC-10’, ‘A-300’ 기종이 도입됐다. 그러다 제 14대 김영상 대통령 시절부터 ‘보잉 747-400’을 도입해 해외 순방용으로 사용해 오고 있다. 제15대 김대중 대통령,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제17대 이명박 대통령, 제18대 박근혜 대통령, 제19대 문재인 대통령까지 이어져 오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번갈아 가며 임차 계약을 맺고 전용기를 운용 중이다. 노무현·이명박 대통령 시절에 전용기 구매를 시도했지만, 구매 보다는 임차 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여전히 윤석열 정부에서도 임차 계약을 통해 전용기를 활용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