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6일 전격 회동해 갈등 봉합을 시도했다. 김 대표는 ‘주류의 희생’ 혁신안에 대해 기존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총선 공천까지의 긴 호흡에서 제안들을 녹여내겠다고 말했고 인 위원장은 “혁신 의지를 확인했다”고 답했다. 양측이 한발씩 물러나며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이다. 혁신위원회는 11일 최고위원회에서 활동 성과를 종합 보고하고 조기 종료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국회 본관의 당 대표실에서 약 20분간 회동했다. 김 대표는 비공개 회동에서 인 위원장에게 “혁신위 활동으로 당이 역동적으로 가고 있다”며 “고생 많았고 남은 기간도 잘해주기 바란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의 만남은 19일 만이다.
김 대표는 중진·친윤계를 겨냥한 불출마, 험지 출마 혁신안을 최고위가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는 “안건들은 당의 혁신과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도 “다만 최고위에서 의결할 수 있는 사안이 있고 공천관리위원회나 선거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할 일이 있어 바로 수용하지 못하는 점은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달 30일 인 위원장의 ‘공천관리위원장 자천’ 발언과 관련해 “혁신을 성공시키기 위한 충정에서 하신 말씀이라고 충분히 공감한다”며 “지도부의 혁신 의지를 믿고 맡겨달라”고 말했다. 이에 인 위원장은 “김 대표의 희생·혁신 의지를 확인했다”며 “지금까지 혁신위가 절반의 성과를 만들어냈다면 나머지 절반의 성공은 당이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이어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책임 있는 분들의 희생이 우선시돼야 하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주류 희생’ 혁신안을 당장 수용하기 어렵다는 김 대표의 입장을 받아들이면서도 공천 과정에서 그 제안들을 충분이 녹여달라고 재차 압박을 가한 것으로 읽힌다. 특히 인 위원장은 김 대표에게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해명도 전했다고 한다.
이번 회동을 계기로 혁신위가 ‘질서 있는 퇴장’을 하며 국민의힘이 총선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만남은 혁신위가 7일 ‘조기 해산’ 및 ‘지도부 사퇴 공개 요구’를 동시 의결하며 내홍이 폭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무성한 상황에서 성사됐다. 하지만 이날 만남을 계기로 양측이 접점을 모색하면서 파국은 피하게 됐다. 내용적으로는 김 대표의 승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 대표가 혁신안 수용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지만 큰 틀에서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 위원장이 한발 물러선 배경에는 전일 윤석열 대통령과 지도부의 회동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혁신위가 7일 전체회의에서 활동 방향 등을 정하게 되면 내홍 해소의 가닥이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혁신위는 11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활동 결과물들을 종합 보고할 방침인데 사실상 이를 끝으로 해체 수순을 밟은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의 임기는 이달 24일까지다. 회동에 배석한 정해용 혁신위원은 “실질적으로 혁신위가 줄 수 있는 제안은 다 했다”며 “기한대로 하자는 위원들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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