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빅5(서울아산·서울대·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성모병원)’라고 불리는 서울의 주요 대형병원에서 내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에서 대부분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쏟아냈지만, 실효성이 떨어져 ‘소아과 오픈런’(진료를 보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현상) 등 필수과목 기피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병원 중 서울아산병원을 제외한 4곳은 이날 마감된 2024년도 상반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1년차 모집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전공의는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대학병원 등에서 전문의가 되기 위해 3~4년간 수련을 받는 레지던트를 말한다.
서울아산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10명 모집에 12명이 지원해 모집 정원을 넘겼다. 반면 세브란스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10명 모집에 단 한명도 지원하지 않았다. 서울성모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정원 10명에 4명이 지원했고, 서울대병원은 17명 모집에 지원자 15명, 삼성서울병원은 9명 모집에 지원자 7명에 그쳤다.
과거 인기과목으로 꼽혔던 소아청소년과는 최근 젊은 의사들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유례없는 저출산 현상과 저수가로 전공의 지원이 줄어들던 차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전공의 지원율이 추락했다. 2018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당시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을 구속한 것도 기피현상을 부추긴 원인으로 지목된다. 2023년도 모집에서는 전공의 지원율이 역대 최저인 15.9%를 찍었다.
응급실 뻉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 필수의료 공백현상이 심화하자 보건복지부는 연 300억 원을 투입해 심폐소생술에 나섰다. 소아청소년과를 표방하는 의료기관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소아 환자를 초진할 경우 3500원(6세 미만)~7000원(1세 미만)의 정책 가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젊은 의사들을 유인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아청소년과 함께 기피과로 꼽히는 산부인과도 비슷한 성적을 받아들었다. 세브란스병원은 산부인과 전공의 10명 모집에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 서울아산병원은 산부인과 정원 9명에 4명만 지원해 모집정원을 달성하지 못했다. 산부인과는 고질적인 저수가와 저출산 장기화 외에 의료소송 등 위험 부담이 큰 점이 주된 기피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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