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상 '착용'만 허용되는 선거표지물을 머리 위로 들고 선거운동을 했다면 불법이라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공직선거법에서의 '착용'은 문언대로 '표지물을 입거나, 쓰거나, 신는 등 신체에 부착하거나 고정해 사용하는 행위'라고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번 판결은 공직선거법에 의해 허용되는 '표지물을 착용하는 행위'의 의미를 최초로 판시한 판결로 전해졌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16일 확정했다.
2022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 해운대구청장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A씨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 교회 앞 노상에서 '기호 2 젊고 유능한 도시계획전문가'라고 기재된 표지물을 착용하지 않고 양손에 잡고 머리 위로 든 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직선거법 제59조는 '선거운동은 선거기간 개시일부터 선거일 전일까지에 한해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제60조의3에 따르면 예비 후보자의 경우 일정 조건에 맞춰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해당 조건은 '어깨띠 또는 예비 후보자임을 나타내는 표지물을 착용하는 행위'라고 명시돼 있다
쟁점은 A씨가 표지물을 착용하지 않고 양손에 잡고 머리 위로 든 행위가 공직선거법에 위배되는지 여부였다.
A씨 측은 재판에서 "착용이란 표지물을 몸에 지니는 행위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심 법원은 유죄를 인정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A씨가 불복했으나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상 표지물을 착용하는 행위는 '표지물을 입거나, 쓰거나, 신는 등 신체에 부착하거나 고정하여 사용하는 행위'라고 보아야 한다"며 "단순히 표지물을 신체의 주변에 놓아두거나 부착·고정하지 않고 신체 접촉만을 유지하는 행위, 표지물을 양손에 잡고 머리 위로 들고 있는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 조항은 예비 후보자가 어깨띠, 표지물을 통상적인 의미로 착용하는 방법을 넘어서서 이를 지니거나 휴대하는 방법으로 사전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금지하겠다는 입법자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라며 "착용의 의미를 확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에 의해 허용되는 '표지물을 착용하는 행위'의 의미를 최초로 판시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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