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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뺑뺑이 막겠다더니…'심뇌혈관 네트워크' 벌써 삐걱

[내년 1월 시범사업 시행]

이달 중 참여명단 확정 예정에도

환자분류 등 시간단축 방안 미비

책임소재 불분명 되레 지연 우려

"지원 적어 안하니만 못해" 지적도





“취지는 좋지요. 당장 병원 당직을 설 인원도 모자라 근근이 버티는데 서류, 프레젠테이션(PT) 준비에 에너지를 쏟을 여력이 있겠습니까.”

수도권 소재 A대학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병원별 경계를 허물고 심뇌혈관질환 전문의들의 진료 협력체계를 지원하겠다는 정책 취지에는 적극 공감한다” 면서도 “네트워크를 구성하려다 보니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많아 지원을 포기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11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다음달 시행 예정인 ‘심뇌혈관질환 문제해결형 진료협력 네트워크 건강보험 시범사업’이 출발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1월부터 분초를 다투는 중증 및 응급 심뇌혈관질환에 대한 진료협력 네트워크 건강보험 시범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참여 의료기관과 전문의 공모에 나섰다. 중증 및 응급 심뇌혈관질환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이송병원을 정하지 못하거나 최초 이송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해 다른 병원으로 재이송되는 일명 ‘응급실 뺑뺑이’를 막겠다는 취지다.

3년간 진행하는 이번 사업은 세부 운영 방식에 따라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기반 네트워크형’과 ‘전문의 간 인적 네트워크형’ 등 크게 2가지로 나뉜다. 그 중 ‘전문의 간 인적 네트워크형’ 사업은 다소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필수의료 분야 의사 인력난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 주도로 각 병원에 흩어져 있는 심혈관 중재의를 비롯해 응급의학과·신경과·신경외과·흉부심장혈관외과 전문의를 묶어서 활용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네트워크 운영 관리비와 의사·비의사 활동비 등을 포함해 팀당 사전에 1억 9000만 원 상당을 지원하고 평과와 연계해 추가 보상하겠다는 당근책도 내놓았다. 복지부와 심평원 주최로 지난 10월 사업설명회가 열렸고 지난달 서류접수 및 대면평가를 거쳐 이달 중 참여 명단이 확정 발표될 예정이다.

그런데 시범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일선 병원들 사이에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증·응급 심뇌혈관질환 의심 환자가 발생했을 때 가장 시급한 사안은 정확하고 신속한 ‘환자 분류’가 이뤄지는 것이다. 가장 먼저 신경과 또는 순환기내과 전문의가 뇌졸중 또는 심근경색 여부를 선별하고 필요에 따라 정맥 내 혈전용해제 투여나 시술·수술 등이 이뤄진다. 문제는 이번 사업이 골든타임 내 치료를 강조한 나머지 해당 과정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부산 소재 대학병원 신경과 전문의는 “응급실에 실려오는 환자 중 실제 시술이 필요한 비율은 절반이 안된다”며 “소속이 다른 진료과별로 시스템이 운영되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되려 치료가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행 시스템상 심뇌혈관질환 의심 환자가 119를 통해 특정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면 병원 간 이송은 사설 앰뷸런스를 이용해야 한다.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병원 간 전원도 입퇴원 수속 등 행정 절차를 밟고 앰뷸런스를 불러 이동하려면 최소 1시간이 걸린다. 첫 병원에서 치료가 이뤄지는 게 골든타임 사수의 핵심인데, 정작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이다. 시범사업 참여를 위해 기존 소통 체계가 뒤집히면서 진료과 간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진료과 별로 배타적 네트워크를 신청한 병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입 예산이 적다 보니 정작 협력 체계가 중요한 중소 병원들 입장에서는 참여할 동인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다. 이번 시범사업 참여를 신청한 경기도 소재 대학병원 순환기내과 전문의는 “정부가 심뇌혈관질환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점은 고무적” 이라면서도 “지원 규모가 적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반응도 많다. 응급실 뺑뺑이 재발을 막으려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실효성 있는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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