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공에서 핵 EMP(Electromagnetic Pulse attack) 폭발시 통신망·인터넷·데이터센터 마비 등 전력통신망 파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안보 전문가들은 지난해 카카오 먹통 사태, 지난달 정부 행정망 마비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전자장비 무력화에 대비하도록 한국형(K) 방호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는 12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북한 EMP 위협과 서울 도시기능 유지방안’ 포럼을 개최했다. 사이버 테러 등 북한의 공격으로 통신망이 마비됐을 경우 도심 주요시설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 자리다. 지난 11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계기로 전시 방호대책 안보 토론회를 마련한 데 이어 두번째다.
EMP는 고강도의 전자파 파동으로 전자장비를 무력화시키는 공격이다. 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포럼에서 △핵·비핵 EMP에 대한 정의 및 위협 △EMP 관련 세계적 동향과 방호 관련 기술적 수준 △EMP 공격 시 서울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 등을 제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서울시 통합방위협의회 위원, 안보정책자문단을 비롯해 국내 전문가와 민간기업 임원진 150여 명이 포럼에 참석했다. 오 시장은 환영사에서 “최첨단 과학기술과 전기·통신·데이터 등이 연결된 수도 서울에서 도심 주요시설이 마비됐을 때를 가정한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모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1000만 시민의 생명, 안전과 직결되는 안보를 최우선의 가치로 챙긴다는 마음으로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드리고 수도 서울의 방호태세를 더욱더 튼튼하게 지켜나가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발제자로 나선 이상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북한군사연구실장은 서울 상공에서 핵 EMP 폭발시 △통신망·인터넷·데이터센터 마비 △항공기 추락 및 이착륙 제한 △철도운행 중단 등 전국적인 전자기기와 전력통신망 파괴로 이어진다고 경고하면서 도시형방호체계와 ‘K-인프라’를 구축하자고 조언했다. 미국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저궤도 소형 위성)처럼 지상 기지국 없이 통신할 수 있는 장비를 도입하고, 클라우드 기반의 소규모 분산형 데이터센터(IDC)를 조성하면 EMP 전쟁에 대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뒤이어 열린 토론회에서는 민경령 스페이스앤빈 대표, 손창용 국립전파연구원 전파환경안전과장, 최낙중 전 국군지휘통신사령관이 참석해 EMP의 세계적 동향과 서울시의 EMP 위협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민 대표는 “서울형 EMP 방호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술 개발 투자가 필요하다"며 “주요 국가시설이 밀집돼 있고, 인구가 많은 서울에서도 자체 EMP 방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 과장은 지속 가능 스마트 시티를 위한 고출력전자기파 대응 방안을 발표하면서 “고비용의 예방 대책보다는 복원력 기반의 대책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최 사령관은 “중앙집권화된 취약점과 외주형태의 정보통신기술(ICT) 시스템 관리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지난해 10월 카카오 먹통 사태 발생 이후 수차례 국가 기간 시설이 EMP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최근 페이스북 글에서도 “북한이 핵무기, 화학무기, EMP 등 서울을 공격할 수 있는 다양한 전술급 수단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EMP 공격, 사이버 테러, 전력 차단 등 각종 테러 대비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조달청의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에 오류가 생겨 오전 9시 29분부터 10시 30분까지 1시간 가량 접속이 지연됐다. 조달청은 연말에 입찰이 몰려 과부하가 발생해 접속이 느려졌다가 현재 정상화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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