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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중기계획서 없어진 ‘핵잠’ 사업…‘경항모’ 이어 ‘핵잠’도 포기하나[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장보고-Ⅲ Batch-Ⅰ·Ⅱ, 재래식 잠수함

“前정부 사업 계획 추진 부담스러운 듯”

4000t급 잠수함, ‘핵잠’ 추진계획 ‘쉬쉬’

“핵무장 없을 정도로 확실한 확장 억제”

2021년 8월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장보고-Ⅲ Batch-Ⅰ 1번함 ‘도산안창호함’의 인도·인수 및 취역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 제공=해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9일 부산에 기항 중인 미 해군의 전략핵잠수함(SSBN) 켄터키함을 직접 찾아 승함했다는 소식에 우리 군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에 대한 기대감은 한층 커졌다. 미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으로 한국의 독자적 핵추진 잠수함에 도입 필요성과 그 가능성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군통수권자인 한국대통령으로서 최초이자 외국정상으로도 미 해군의 핵잠에 첫 탑승하면서 도입론에 힘이 실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핵잠수함 도입 공식화는 2017년 4월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대선공약으로 내걸면서 시작됐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 핵잠수함을 도입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핵잠수함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비롯해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전략무기다. 한미 미사일 지침에 따라 800km에 묶여 있는 탄도미사일 사거리의 철폐와 함께 핵잠수함 개발 여부는 ‘마지막 안보 족쇄’였다. 2021년에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 폐지 및 한미 미사일 지침이 폐기됐다.

현 정부, “핵잠 도입 의지가 높지 않아”


3년 여가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는 2030년대 초·중반까지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3000∼4000t급 잠수함 9척 가운데 3척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을 시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3000∼4000t 급 잠수함(일명 ‘장보고-III’) 9척의 건조 사업의 경우 2018년 진수한 1번함(도산안창호함·3000t급)을 비롯해 6번함까지는 재래식 추진(디젤엔진과 연료전지) 방식을 도입하고, 나머지 7∼9번함(4000t급)을 핵(원자력)추진 방식으로 제작하는 방안이다.

문재인 정부의 핵잠수함 도입이 공식화 이후, 윤석열 정부 들어서면서 2023년 현재는 감감무소식이다. 미국의 반대라는 국제정치학 명분 등 넘어야 산이 많은 탓이지만 , 현 정부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핵잠수함) 건조 사업에 속도를 내려는 의지가 강해 보이지는 않는 모습이다.

최근까지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장보고-III)의 두 번째 함형 사업이 마무리 단계다. 정부의 결정에 따라 핵추진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세 번째 함형의 추진체계를 결정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세 번째 함형 역시 재래식 잠수함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화오션이 건조중인 장보고-III Batch-II 잠수함. 사진 제공=한화오션


지난 2020년 국방부는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고 “무장 탑재능력과 잠항능력이 향상된 3600t급 및 4000t급 잠수함을 건조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국가안보실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차세대 잠수함 건조는 핵을 연료로 사용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며 핵추진 잠수함 도입에 힘을 실어줬다. 즉 9대를 도입하는 잠수함 사업 가운데 장보고-Ⅲ Batch-III를 4000t급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으로 건조한다는 구상이다.

장보고-Ⅲ Batch-Ⅰ과 Batch-Ⅱ는 디젤·전기 추진 방식의 재래식 잠수함이다. 공기 불요 추진 체계(AIP)를 갖춰 잠항 시간이 일반 잠수함보다 훨씬 길다. 하지만 핵추진 잠수함에 비교할 수준은 아니다. 핵추진 잠수함의 강력함은 무엇보다 은밀성과 공격 및 수중작전 능력에서 재래식 잠수함이 따라갈 수가 없다. 물위로 부상할 필요도 없어 이론적으로 사실상 무제한 수중작전이 가능하다. 잠항 속도도 디젤 잠수함(시속 16∼17km)보다 최대 3배가량(시속 46km) 빠르다.

특히 북한이 SLBM 개발 및 전력화에 속도를 내고 원자력 잠수함 개발을 본격화하겠다는 속내는 공공연하게 천명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더 오랜 시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명분이 높아지면서 군 내부적으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듯 했다.

국가안보실 “韓별도 핵무장 필요 없단 확신”


해군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검토를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개발만 7년이 필요하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나왔다. 군 일각에서는 이미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작전요구성능(ROC)을 확정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 12일 발표한 ‘2024~2028년 국방중기계획’을 살펴보면 장보고-Ⅲ Batch-III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사업 계획을 이어가는 게 부담스러운 모습이다.

사실상 정치적 결단만 남은 상황이다. 현 정부가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내세우고 굳건해졌다고 강조하는 만큼 그 다음에 만드는 4000t급 잠수함을 핵추진 잠수함으로 강력하게 추진하면 가능할 수도 있다.

다행히 현재 군 지휘부는 핵추진잠수함 도입에 찬성파가 많다는 점이다. 신 장관은 의원 시절에 경함공모함보다는 핵추진잠수함 도입이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더 효과적이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잠수함 특기의 첫 해군참모총장이 나왔다.

반면에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할 대통령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국가안보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7월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을 비롯한 미측 대표부와 함께 NCG 1차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한국이 별도의 핵무장을 고려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충분하고 확실한 확장 억제가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자료: 방위사업청


국방부는 향후 5년 간 국방비 약 349조 원을 투입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한국형 3축 체계’ 구축에 집중 투자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국방비는 올해 57조 원 기준으로 연평균 7%씩 늘린다. 2024년 59억6000억 원, 2025년 64조3000억 원, 2026년 70조 원, 2027년 74조8000억 원, 2028년 80조 원으로 증가된다.

국방부는 1년 국방예산이 5년 내에 70조~80조 원까지 증액하다는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에 ”재정당국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반면에 가장 덩치가 크고 이목이 집중되는 경항공모함 도입과 핵추진 잠수함 도입과 관련한 예산안 책정과 언급은 전혀 없었다. 경함모에 이어 핵잠 사업도 현 정부가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까닭이다.

그나마 국방부는 ‘2024~2028년 국방중기계획’을 통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하는 3000톤(t)급 이상 잠수함을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선제적 타격 능력을 양적·질적으로 더욱 강화해 나갈 의지라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2028년까지 장보고-Ⅲ 배치(Batch)-Ⅰ 함형의 잠수함 3척을 우선 실전 배치한다. 이후 장보고-Ⅲ Batch-Ⅱ 함형의 잠수함 3척 중 일부를 전력화 할 방침이다. 배치(Batch)는 동형 함정을 건조하는 묶음 단위다. Batch-I, Batch-II, Batch-III 등 단계적으로 진행할수록 함형 발전과 성능 개선이 이뤄진다.

장보고-Ⅲ Batch-Ⅰ은 3000t급으로 현재 도산안창호함이 전력화 됐다. 2번함인 안무함은 실전배치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3번함 신채호함은 건조를 마쳤다. 3600t급으로 덩치를 키우고 납축전지 대신 리튬이온전지를 채택한 장보고-Ⅲ Batch-Ⅱ는 1·2번함의 건조가 진행 중이다. 최근 3번함 건조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오션이 선정됐다.

만약 장보고-Ⅲ Batch-III 경우, 핵잠 도입으로 결정된다면 현재 우리의 기술로는 건조비용이 척당 1조6000억원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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