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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앞둔 20대 새 신랑 앗아간 ‘난치병’ 먹는 약으로 치료 길 열려

심근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비대성 심근병증’

20대에 증상 발현 시 일반인보다 사망 위험 4배 증가

약물 복용 만으로 근본 치료…‘캄지오스’ 국내도 허가

26세 조노 스테드(Jono Stead)가 작년 말 갑작스럽게 사망한 원인은 ‘비대성 심근병증’으로 밝혀졌다. 더선(thesun) 캡처




‘결혼을 앞두고 있었던 건장한 체격의 27세 남성이 낮잠을 자다 돌연사했다.’

지난달 영국의 일간지 더선(thesun)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문구다. 기사에 따르면 조노 스테드(Jono Stead)는 알려진 기저질환이 없었고, 사망 당일까지 별다른 증상 없이 평범한 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어머니와 대화하다 낮잠을 자겠다며 집으로 돌아간 지 45분 만에 심정지로 사망한 채 발견됐다. 갑작스럽게 그의 생명을 앗아간 원인은 ‘비대성 심근병증(HCM·Hypertrophic Cardiomyopathy)’이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두꺼워진 심장 근육이 혈류 막아…돌연사 이어질 수도


심근병증은 심장 근육에 이상이 생긴 상태를 통칭하는 용어다. 심장이 변형된 형태와 기능에 따라 세분화되는데 고혈압, 당뇨, 만성 콩팥병, 대동맥판막협착증 등 심장 근육이 두꺼워질 만한 원인 질환 없이 유전적 요인 등에 의해 심근이 비상적으로 두꺼워지는 경우를 HCM이라고 한다. 심장에서 전신으로 혈액을 내보내는 좌심실의 벽(근육)이 두꺼워지고 우심실과 좌심실을 나누는 심실중격이 비대칭적으로 비대해지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얼핏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실상은 다르다. 심근의 수축력은 증가하지만 이완 기능이 떨어져 심실 내로 혈액이 유입되는 데 장애가 생길 수 있다. 홍그루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차체에 비해 배기량이 크게 낮은 자동차 엔진에 비유할 수 있다”며 “근육이 지나치게 두꺼워진 나머지 효율을 떨어뜨려 심장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폐쇄성 비대성 심근병증은 35세 미만의 운동 선수에서 심장 돌연사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이미지투데이


HCM의 주된 증상은 호흡곤란·가슴 통증·어지러움증·실신·심계항진(불규칙하거나 빠른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느껴지는 증상) 등이다. 증상이 발현되면 일상생활에서 가능한 활동 범위가 크게 제한되고 삶의 질도 현격히 낮아진다. 학계에 따르면 HCM 환자의 최대 43%에서 심부전을 동반한다. 심방세동 위험은 일반인보다 4~6배 가량 높은데, 특히 20대는 동년배보다 사망 위험이 4배 이상 높다고 알려졌다. 심장에서 대동맥으로 이어지는 좌심실유출로(Left Ventricular Outflow) 부위 근육이 두꺼워져 전신으로 나가는 혈류를 방해하는 지경에 이르면 중증도가 더욱 올라간다. 이러한 폐쇄성 비대성 심근병증(oHCM·obstructive Hypertrophic Cardiomyopathy) 환자는 순간적으로 혈류가 막혀 실신할 수 있다. 돌연사로 이어질 확률도 매우 높다. 심장 돌연사는 대개 경쟁적인 운동이나 심한 육체 활동과 관련돼 있다. oHCM은 35세 미만의 운동 선수에서 심장 돌연사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 환자마다 증상 천차만별…돌연사 위험 높은데 조기 진단 어려워


HCM은 전체 인구의 500명당 1명 꼴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2만 824명이 비대성 심근병증진단을 받았다. oHCM은 2745명으로, 국내에서는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되고 있다.



문제는 HCM의 임상 양상이 천차만별이라 조기 진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HCM 관련 유전자 변이가 있다고 해서 심근이 두꺼워진 채로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 변이의 종류가 다양하다 보니 근육이 두꺼워지는 위치, 패턴은 물론 증상 발현 시기도 환자마다 다르다. 무증상으로 전혀 모른 채 지내다가 유전자검사를 통해 뒤늦게 발견하기도 한다.



홍 교수는 “최근에는 건강 검진차 심전도검사를 받았다가 심장이 크거나 근육이 두껍다는 이상 소견을 확인하고 심초음파를 통해 발견하는 사례가 많다”며 “진단 받을 겨를 없이 어린 나이에 증상이 발현해 돌연사하는 환자들도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oHCM은 승인받은 치료제가 없어 치료가 순탄치 않았다. 베타차단제·칼슘채널차단제와 같은 약물으로 심장박동 속도와 심장 근육의 수축력을 떨어뜨려 증상 개선을 시도하는 수준이었던 것. 장기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저혈압 등 부작용 탓에 더 이상 약물로 버티기 어려워지면 비대해진 심근 부위를 침습적으로 절제해야 했다. 한 번이라도 실신을 경험하거나 부정맥이 있어 심장 돌연사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면 제세동기 삽입 시술도 별도로 받아야 했다.

◇ 근본 치료 가능한 신약 등장…하루 한번 복용으로 수술 대체 가능성도


난치로만 여겨졌던 oHCM은 기저 원인인 심장 마이오신을 선택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치료제의 등장으로 전환점을 맞았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이 개발한 캄지오스(성분명 마바캄텐)는 하루 한 번 복용만으로 oHCM 환자들의 증상과 운동 능력을 유의하게 개선시킬 수 있다.

홍그루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비대성 심근병증에 대해 설명 중이다. 사진 제공=세브란스병원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캄지오스 복용 환자의 74%가 중격축소술을 고려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좌심실유출로 폐색이 개선됐다는 임상 결과를 근거로 작년 4월 oHCM에 대한 사용을 허가했다. 국내에서도 올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 주요 대학병원에서 처방이 가능해졌다. 홍 교수는 “기존에는 약물치료에 효과가 없을 경우 바로 심근절제술을 고려했다면 이제 새로운 옵션을 고려할 수 있게 됐다”며 “비대성 심근병증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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