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주요 은행들이 사실상 0%였던 예금금리를 잇따라 인상하면서 ‘제로 예금금리’ 시대가 저물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2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미쓰비시UFJ 파이낸셜그룹·스미토모미쓰이파이낸셜그룹·미즈호파이낸셜그룹 등이 10년 만기 예금금리를 0.002%에서 0.2%로 올렸다. 특히 스미토모미쓰이그룹이 금리를 인상한 것은 2011년 이후 12년 만이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수년간 마이너스 기준금리 정책을 펴면서 시중은행들은 BOJ에 잉여 자금을 보관하려면 이자는커녕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당연히 시중은행들은 일반 국민의 과도한 예금을 유치할 유인이 적었고, 이에 예금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주식 등 자산시장이 호황을 보이고 BOJ도 금리를 인상할 채비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물가 상승률이 고공 행진을 하고 주가가 급등하자 일본인들은 ‘쥐꼬리’만 한 이자를 주는 예금에서 돈을 인출해 주식 등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물가 상승 국면 속에 현금만 쥐고 있는 것은 손해라는 인식도 예금 인출에 한몫을 했다. 이에 은행들도 예금금리 인상을 통해 자금 이탈을 막기 시작했다. 돈을 굴리는 게 일인 은행 입장에서 조달 비용이 가장 저렴한 정기예금을 놓치는 것은 큰 손해다.
픽테자산관리의 오츠키 나나 선임 팰로는 “일본의 임금이 계속 올라 탄탄한 경제 상황과 주식시장 호황으로 이어진다면 돈이 예금에서 투자 상품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것”이라며 “은행들이 예금 이탈을 막기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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