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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K푸드 인기 못누리는 농축산물

강동헌 생활산업부 기자


“라면이 해외에서 갑자기 잘된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라면 업체들이 해외로 진출한 지는 30년이 넘습니다.”

지난해 라면 수출액이 9억 5200만 달러(약 1조 2500억 원)로 전년 대비 24% 성장한 데 대해 라면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라면 수출액은 2015년 2억 1900만 달러에서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라면을 비롯한 K푸드가 해외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한 식음료 전문 컨설팅 업체는 2024년 ‘올해의 요리’로 한식을 꼽을 정도다. K푸드는 일면 K영화와 드라마를 타고 해외로 퍼진 것처럼 보이지만 식품 기업들의 해외 진출 역사는 오래됐다. 대상은 1973년, 파리바게뜨는 2004년, BBQ는 2007년 해외 진출 첫삽을 떴다.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은 것이다.

반면 국내 농축수산물의 수출 실적은 초라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농축수산물 무역수지는 2019년 23조 1600억 원에서 2022년 31조 8300억 원으로 적자 폭이 증가했다. 지난해도 11월 말까지 26조 원대 적자를 보였다. 고물가 시대 소비자들이 가격에 점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값싼 농축수산물 수입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런 데도 정부 정책은 ‘공급자 중심’에 머물고 있다. 쌀이 남으면 사주고, 농지에 대폭 세제 혜택을 지원한다. 과일과 채소가 매년 수요 공급 관리에 실패해 가격이 40~50%씩 널뛰기하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토마토(45.8%), 딸기(23.2%)를 포함한 신선식품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6% 뛰었다. 농축수산물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생산이 기업화되지 못하고 영세 자영농들에게 맡겨져 있기 때문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뉴질랜드의 과일 기업 제스프리는 키위 하나로만 연간 3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제스프리는 1990년대 공급 과잉으로 키위 가격이 폭락하자 농가들이 이를 타개하기 위해 만든 기업형 조합이다. 일본의 소고기 와규는 글로벌 축산 시장에서 프리미엄을 인정받아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국내 농축수산물 브랜딩 노력은 오히려 각종 규제로 제한돼있다. 식자재기업들은 지자체와 농산물 공급 업무협약을 맺는 식으로 겨우 브랜딩에 나서는 수준이다. ‘퍼주기’식 포퓰리즘은 원숭이에게 꽃신만 신겨주는 행태와 다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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