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누진도가 높아질수록 연구개발(R&D) 투자와 생산성 증가율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소득세 누진도가 높아지면 가계의 자산 축적과 자본량이 줄고, 이는 중간재 기업의 이윤 감소로 이어져 R&D 기업이 연구개발 노력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누진도 상승 추세를 고려할 때 추가적인 누진도 상승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1일 한국재정학회에 따르면 전영준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2024년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분과회의 발표에서 이 같은 내용의 소득세 적정 누진도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소득세 누진도는 소득 구간별로 소득세율을 결정하는 비율로, 소득이 높을수록 세율도 높아진다.
돈을 잘 버는 사람은 세금을 많이 내고, 돈을 적게 버는 취약계층은 세금을 적게 내는 만큼 일각에서는 누진도가 높을수록 소득 재분배 효과가 높아진다고 주장하지만, 전 교수는 누진도가 적정선을 넘어가면 사회의 성장을 지체하고 미래세대의 후생 비용을 늘리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R&D를 통해 개발된 기술의 판매 가격은 중간재 기업이 얻을 이윤의 현재 가치와 동일한데, 누진도 상승으로 인해 자본집약도가 떨어지면 중간재 기업의 이윤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R&D 투자 및 생산성 증가율이 낮아진단 것이다. 이는 곧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직결된다. 자본집약도는 노동자 1명에게 갖춰진 자본량으로, 누진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면 자산 축적 축소 폭보다 노동 공급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작아 자본집약도가 떨어진다.
정 교수는 “누진도 상승에 따른 성장의 지체가 미래 세대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누진도를 상향 조정해 현 세대의 후생을 소폭 증진하기 위해선 먼 미래에 출생할 세대의 대규모 후생 비용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누진도의 상승 추세를 고려하면 추가적인 누진도 상승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며 “지난 10여 년간의 누진도 상승 추세가 굳어질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