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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모두가 애플이 될 수는 없다

■산업부 서일범 차장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기업 원죄 있지만

배당보다 중요한 건 기업 생존

성장동력 해치는 손목 비틀기 주주환원 없어야


국내 주식시장이 오랜만에 들썩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이른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때문이다. 기업들이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대책을 내놓도록 유도해 주가를 밀어올리도록 한다는 게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물론 코리아 디스카운트 배경에는 기업들의 원죄가 있다. 카카오 같은 기업들은 무한 쪼개기 상장으로 주주들의 주머니를 털었고 일부 기업의 배당은 지나치게 인색하거나 그나마도 예측가능성이 낮았다. 한국에서 "장기 투자자는 바보 아니면 봉"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우리 기업들이 가진 특수성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현대자동차 등 우리나라 시총 상위기업들의 공통점은 모두 꾸준한 설비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어느 순간 경쟁력을 상실하는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일 선단 공정 경쟁이 일어나는 반도체 업종은 이같은 투자 민감도가 훨씬 더 심하다. 오늘 투자를 멈추면 내일 '급사(서든데스)' 할 수 있는 게 반도체업의 특징이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당장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만 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44조1300억 원으로 전년(62조1800억 원) 대비 18조 원 넘게 줄었다. 반면 시설투자에는 2년 연속 53조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하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이 10조 원 넘게 순유출했다. 보유 현금도 자연히 감소해 삼성의 순현금은 지난 22년 약 105조 원에서 지난해 말 약 80조 원으로 24% 가량 급감했다.



그렇다고 대놓고 허리띠를 졸라맬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발표회에서 앞으로 3년 동안 매년 9조8000억 원의 배당 규모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설투자도 아슬아슬한 마당에 향후 30조 원을 배당에 쓰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국내 한 대기업의 기획담당 임원은 "정부 눈치가 빤한데 여기서 배당을 줄이겠다고 선언할 용기 있는 기업이 어디있겠느냐"고 말했다.

물론 주주환원정책이 장기적으로 기업들의 가치를 제고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을 갖기 어렵다. 하지만 기업마다 처한 사정이 다르고 우선순위도 다르다는 점도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 가령 지난해 애플의 주주환원율(순이익 중 주주환원대책에 쓴 비용의 비중)은 무려 80%에 달했지만 인공지능(AI) 등 신성장 먹을거리 투자에 힘쓴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환원율은 35% 수준에 그쳤다. 그렇다고 MS가 애플보다 나쁜 기업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다. 배당보다 중요한 게 기업의 성장이라는 것을 주주들도 알기 때문이다. 주주환원 때문에 기업 성장동력이 망가지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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