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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세수 펑크’에 잉여금 급감…정부 경기 대응 여력 줄어든다

■세계잉여금 2.7조로 4년來 최저

역대급 '세수 펑크'로 곳간 메말라

일반회계 기준으론 역대 최소 수준





지난해 정부가 예산에서 쓰고 남은 돈(세계잉여금)이 4년 만에 가장 적은 액수를 나타냈습니다. 작년 역대급 ‘세수 펑크’로 예상보다 세금이 덜 들어온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추가경정예산(추경) 재원으로 쓸 수 있는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정부 회계 시스템이 개편된 2007년 이후 가장 적었습니다. 정부는 올해 2% 초반 성장을 예상하고 있지만 건설 투자 급감과 내수 위축, 중동 지역 불안 등으로 경기가 나빠질 경우 나랏빚을 더 늘려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일반회계 세계잉여금, 역대 최소 수준


기획재정부가 8일 발표한 ‘2023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잉여금(일반·특별회계 합산)은 2조 7000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년(9조 1000억 원)보다 70.3% 감소한 액수로 2019년(2조 1000억 원) 이후 4년 만에 가장 적은 수치입니다.

특히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364억 원에 불과해 정부 회계 시스템이 개편된 2007년 이후 가장 적었습니다. 비록 1980년대에 세계잉여금이 200억 원 수준을 나타낸 적은 있지만 당시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와 비교하면 사실상 역대 최소 수준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세계잉여금은 쉽게 말해 지난 1년 동안 예산을 쓴 뒤 남은 돈을 뜻합니다. 총세입에 총세출과 다음 연도에 넘길 예산(이월액)을 빼면 세계잉여금이 나옵니다. 식으로 보면 ‘총세입 – 총세출 – 다음연도 이월액’이 곧 세계잉여금인 것입니다.

문제는 이번에 총세입(497조 원)이 예산에 잡힌 액수에 37조 원 미달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국세가 예상보다 훨씬 덜 걷혔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국세 수입은 예산액 대비 56조 4000억 원 부족한 344조 1000억 원을 나타냈습니다. 반도체 기업 실적 부진과 내수 부진이 맞물리면서 법인세(24조 6000억 원), 소득세(16조 원), 부가가치세(9조 4000억 원) 등 주요 세목에서 모두 결손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예산안에 짜놨던 것보다 세금이 덜 들어오니 당연히 장부상 남는 돈도 줄어들었다는 뜻입니다. 기재부 관계자도 “어려운 세수 여건으로 세계잉여금이 줄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세계잉여금 감소의 의미


정부는 세계잉여금 급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재정을 집행한 결과”라고 해석합니다. 실제로 기재부는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이 역대 최소 수준을 나타낸 이유를 “하반기 집행 관리를 강화하고 연말 사업비 이월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기재부는 지난해 9월 ‘2023년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발표하면서 ‘세계잉여금과 불용액, 각종 기금 여유금을 활용해 세수 부족분을 메우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잉여금이 감소하면서 정부의 경기 대응 여력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특히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향후 추경 재원 등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일반회계에 잡히는 세계잉여금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교부세·교부금 정산→공적 자금 상환기금 출연→채무상환의 순서로 처리됩니다. 이후 남는 돈을 추경 재원이나 세입 이입으로 활용하는 구조입니다. 세계잉여금을 최종적으로 어떻게 활용할지는 4월 국무회의에서 결정됩니다.

정부 안팎에서는 각종 정산이 끝나면 사실상 추경에 활용할 재원이 ‘0원’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세계잉여금 감소로 ‘국채 발행을 최소화한 추경’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문제는 총선 이후 경기입니다. 정부는 지난달 초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이 1.8%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소비 부진이 두드러졌던 지난해(1.8%)와 동일하면서 재작년(4.1%)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입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달 7일 “고금리로 인한 내수 둔화로 다수의 산업이 부진한 상황”이라고 짚었죠.

건설투자는 전년(2.7%)보다 크게 부진해 -1.2%의 역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과 원자재 가격 고공 행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2%로 하향 조정한 것도 이 같은 내수·부동산 시장 부진의 영향이 크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국채를 발행해 ‘실탄’을 마련하기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4%에 근접할 정도로 좋지 않습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 정부 지출을 늘리려면 국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이는 현 정부 기조와 맞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하반기께 경기 침체에 대응하는 것이 정책의 주요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세계잉여금 감소로 인해 재정지출을 확대하려 해도 재원이 부족해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그는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3.9%로 예상되는데다 올해도 예상보다 세수가 더 적게 들어올 가능성도 높다”며 “확장 재정으로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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