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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100만명 몰리는데 서울엔 단 11곳뿐인 '이곳'은

■ 서울 파크골프장 부지 확보 안간힘

고령인구 증가로 곳곳 문전성시

올 7곳 만든다지만 여전히 부족

부킹전쟁에 지방·해외원정 확산

日은 홋카이도에만 600곳 달해

하천변 부지 포화로 조성 쉽잖아

"정부·지자체 적극 나서야" 지적


#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송 모(70) 할머니는 요즘 파크골프에 푹 빠져 있다. 일주일에 서너 번씩 또래 지인들과 파크골프장에서 운동과 수다를 즐기는 게 일상이다. 하지만 항상 예약이 걱정. 자녀에게 부탁해 인터넷 예약을 하지만 예약 사이트가 열리자마자 마감되기 일쑤기 때문이다. 송 씨는 “서울 파크골프장은 언제나 만원”이라며 “파크골프를 하러 지방까지 가기에는 부담스럽고, 인근 주변에 골프장이 많아져 인터넷 예약 없이도 맘 편히 골프를 즐길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빠른 고령화로 국내 파크골프 인구가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한 파크골프장에서 어르신들이 경기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 고령 인구가 늘면서 파크골프장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11개 파크골프장의 연 이용객은 최대 100만 명에 달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파크골프장 한 곳당 연간 평균 8만여 명이 방문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집계가 안 되는 현장 방문객까지 포함하면 연인원 최대 100만 명이 파크골프장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 내 파크골프장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3곳과 자치구가 운영하는 8곳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미 대부분의 파크골프장이 포화 상태여서 서울시와 자치구는 파크골프장 부지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

서울시와 25개 구청에 따르면 현재 추가 조성 중이거나 조성 예정인 파크골프장만 7곳에 달한다. 서울시가 월드컵공원 내 노을공원에 파크골프장을 추가할 예정이며 강남구·양천구·동작구·강동구·동대문구·노원구 등도 부지 확보를 마치고 파크골프장 조성에 나섰다. 이들 파크골프장이 올해 완공되면 서울시 내 파크골프장은 총 18곳으로 늘어난다.

세곡천·탄천 인근에 관내 첫 파크골프장 조성을 추진 중인 강남구 측은 “노인회 등에서 파크골프장을 만들어달라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안양천에 파크골프장을 운영하는 양천구 측은 “온라인 선착순으로 예약을 받고 있어 예약 경쟁률은 알 수 없지만 예약일이 되면 순식간에 예약이 꽉 찬다”며 “어르신들에게 인기가 많다 보니 조만간 파크골프장을 하나 더 추가할 예정”이라고 했다. 일부 구청이 노인회관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파크골프 아카데미는 개설하자마자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구청들이 파크골프장 추가 확대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서울시 거주 노인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예약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218만여 명이던 60세 이상 서울 노인 인구는 내년 250만 명을 넘어서고 2040년에는 33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크골프장 주 이용객이 60~70대 노인인데 골프를 취미로 가진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은퇴하면서 파크골프 이용객은 노인 인구 증가 속도보다 더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갈수록 서울시 내에 파크골프장 조성 부지를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파크골프장은 주로 대규모 공원이나 안양천·중랑천 등 강·하천 변의 국공유지에 조성돼 있다. 서울시 내에 새로 부지를 조성하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다 보니 국공유지가 많은 하천 변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천 변이 부족한 일부 구청은 아예 파크골프장 조성을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부분의 하천 변이나 공원에는 이미 파크골프장 부지가 포화 상태”라며 “시는 물론 구청들도 부지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공터를 찾기가 어려워 추가 부지 확보가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파크골프장보다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공터나 산책로를 선호하는 시민과의 갈등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실제 파크골프장 조성을 추진하는 일부 구청에는 ‘왜 산책로를 만들지 않고 골프장을 만드냐’는 불만을 제기하는 민원도 적지 않다고 한다.

파크골프장 부족은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파크골프장은 2017년 137개에서 올해 382개로 3배 가까이 늘었지만 노인 인구 증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탓에 대부분 예약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파크골프장 부족이 지속될 경우 해외 골프 원정이 성행하듯이 파크골프 관광객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파크골프의 원조국인 일본의 경우 홋카이도에만 600곳 넘는 파크골프장이 있어 우리나라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일본은 1883년 홋카이도에 세계 첫 파크골프장을 조성했으며 우리나라에는 2000년 진주 지역에 처음 파크골프장이 들어섰다.

어르신들이 자녀의 힘을 빌리지 않고 쉽게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온라인 예약을 못하는 일부 어르신의 경우 자리가 날 때까지 현장에서 기다리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금용 대한파크골프협회장은 “고령화 시대를 맞아 파크골프장 이용객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파크골프장은 수익을 낼 수 없어 민간이 조성하기 어려운 만큼 어르신들이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지 확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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