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들이 지역에서 얼마를 벌 지 측정할 수 있어야 이 지역에 살 건지 말 건지 고민을 시작할 수 있잖아요.”
13일 강원도 양양군 죽도해변. 양양을 서핑의 성지로 재탄생시킨 박준규 라온서피비치 대표는 해양수산부의 토크콘서트에서 이 같은 고민을 털어놓았다. 창업자들이 지역에 정착하기 위해선 지속가능한 수익이 보장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날 해양수산부는 죽도해변에 위치한 북카페 웨이브웍스에서 ‘찾고 싶은 연어톡’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현장 목소리를 듣고 ‘어촌·연안 활력 제고를 위한 종합계획’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해수부는 정주 여건 개선과 매력적인 일자리 창출을 통해 해양레저, 어촌관광 등 다양한 정책을 연계한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2015년 양양군 해변에 국내 최초 서핑 전용 해변인 ‘서피비치’를 조성했다. 이후 서핑샵, 숙박시설, 식당 등도 경쟁적으로 늘며 양양은 서핑의 성지로 거듭났다. 양양은 인구가 3만 명에 불과한 소멸 위험 지역이다. 그러나 서핑 명소로 거듭난 이후 양양군 전체 방문객은 연간 1600만 명에 달한다. 레저 스포츠 하나가 인구 소멸 우려지역인 양양을 붐비는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서핑이 활성화되자 해수욕장 이용 일수도 늘었다. 우리나라 해수욕장 개장 일수는 대부분 연중 45일 안팎이다. 하지만 서핑은 계절의 영향을 적게 받아 해수욕장을 200일까지 이용할 수 있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지자 관광객 뿐 아니라 창업자들의 발길도 계속됐다. 박 대표는 “앞으로는 365일 (해수욕장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1년 내내 그 지역의 자원을 여행자원화 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해양 레저 활동을 더 개발해야 한다는 제안이 이어졌다. 서핑에 빠진 뒤 양양으로 이주해 서핑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김나리 씨는 “해수욕장 개폐와 관계없이 해양레저가 4계절 활성화되려면 해변에서 할 수 있는 요가처럼 다양한 액티비티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요트가 정박할 수 있는 마리나 항만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훈 한양대학교 국제관광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3억 원 이상의 배는 사치라고 봐 중과세를 매긴다. 요트를 정박할 수 있는 마리나 항만도 진행되고 있지만 성공한 사례가 없다”며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과감하게 재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동해안 권역에서 레저에 집중한 이유는 여러 곳에서 레저 사업을 추진하던 분들이 결국 양양에서 자리를 잡고 키워갔다는 데 있다”며 “국민들께서 어촌과 연안의 다채로운 모습을 충분히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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