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이 1조 원이 넘는 홈플러스 인수금융 및 차입금 리파이낸싱(재융자)에 나선다. 유통업 악화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았던 홈플러스로서는 급한 불을 끄게 됐다는 평가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138040)는 MBK파트너스와 올해 만기 도래하는 홈플러스의 1조 3000억 원 규모의 대출 리파이낸싱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리파이낸싱은 메리츠증권 주관으로 이뤄지며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 등 그룹 내 다른 계열사도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약 7조 2000억 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당시 전체 인수금액 중 4조 3000억 원을 인수금융으로 마련했다. 다만 MBK는 홈플러스가 보유한 부동산 등을 차례로 매각하면서 현재 전체 인수금융 잔액은 5000억 원 수준까지 줄어든 상태다.
이번에 메리츠금융이 리파이낸싱을 지원하는 금액에는 올 상반기부터 차례로 만기가 돌아오는 메리츠증권 차입금 3000억 원, 특수목적법인(SPC) 유동화대출약정(ABL) 4000억 원 등이 포함돼 있다.
MBK는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시장 경색 기미가 보이자 당시 메리츠증권으로부터 3000억 원을 차입해 안전판을 마련했다. 메리츠금융은 해당 대출금 만기를 이번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다른 금융회사를 제치고 전체 리파이낸싱 주관권을 획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리 수준이나 담보 등 구체적인 리파이낸싱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홈플러스 신용도인 'BBB' 3년물 민평금리에 1%포인트를 가산한 10% 안팎에서 합의된 것으로 업계는 관측했다. 홈플러스는 메리츠 측에 보유 부동산 일부를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MBK는 점포를 매각해 재임대하는 '점포 유동화' 방식 등으로 대출 규모를 줄여왔다. 하지만 유통업 악화와 실적 부진, 부동산 시장 침체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올 초엔 김광일 MBK 부회장이 직접 홈플러스의 각자 대표이사(CEO)로 취임하고 임원 인사를 통한 조직 축소에 나서는 모습도 포착됐다. 조주연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한편 핵심 임원인 상품부문장 두 명을 한꺼번에 교체했다.
메리츠금융 입장에서는 이번 홈플러스 지원을 계기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편중에서 벗어나 유통 등으로 영역을 다변화한 행보라는 평가도 나온다. 메리츠금융이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는 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 사례가 늘어난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초 메리츠증권은 당시 레고랜드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롯데건설과 1조5000억 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맺은 바 있다. 롯데건설이 보증하는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매입하는 투자로 메리츠 계열사가 9000억 원 규모 선순위 대출을 지원했다.
IB 업계는 이번 리파이낸싱을 계기로 홈플러스의 경영권 매각 가능성이 높아질 지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MBK가 내년이면 인수 10년째를 맞는 만큼 펀드 청산 등을 고려해서라도 매각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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