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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로봇'의 진화… 고로 스스로 지키고 담당 제거 수술까지 보조 [biz-플러스]

[넥스트 빅테크, 로봇] <상>


공장 선반에서 물체를 조립하는 산업용 협동로봇은, 이제 수술실에서 의사를 보조해 복강경 담낭 제거 수술을 돕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인간 모형 로봇인 휴머노이드는 극한의 우주 환경에서 기지 건설과 위성 수리 등 위험한 작업을 맡아 인간의 우주 개척을 돕는다. 로봇의 상상을 현실로 만든 것은 인공지능(AI)이다. 글로벌 빅테크는 로봇의 두뇌인 AI 기술, ‘신경망’인 플랫폼 체계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착수했다. 로봇이 기술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각국의 정책적 지원은 마치 경주처럼 펼쳐지고 있다. ‘넥스트 빅테크’ 로봇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각축전은 이미 시작됐다.

담낭 제거 수술에 투입된 두산로보틱스의 복강경 수술 보조 로봇.




AI 날개 달고 공장서 수술대까지 진출


쇳물을 녹이는 고로(용광로)의 온도는 약 1500도. 시뻘건 쇳물을 24시간 끊임없이 뽑아내고 있어 주변 수십 m까지 뜨거운 기운에 숨이 막힐 정도다. 포스코의 4족 보행 로봇은 이 고로를 사람 없이 혼자서 자율적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자동화한 로봇이다. 네 발로 자유롭게 고로 이곳저곳을 탐색하며 쇳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공장 생산라인에 설치돼 단순 제조를 도왔던 로봇이 자율주행과 비전(vision)·인공지능(AI)·챗GPT 등 첨단기술을 만나면서 공장 밖으로 나오고 있다. 로봇 팔 수준에 불과했던 로봇이 눈과 다리를 장착하면서 물류·보안·의료 등 서비스 분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신사업 1순위는 ‘로봇’…2차전지도 제쳐=로봇이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삶의 질을 올려주는 수준까지 발전하자 주요 기업들은 로봇을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신사업으로 AI와 로봇(14.2%)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반도체(12.2%)와 2차전지(10.9%)보다 많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조선 등 전통 제조업에 주로 쓰였던 로봇은 AI 발전으로 서비스산업은 물론 방위·우주·항공 등 신산업 분야로도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며 “아직 초기 시장인 만큼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 사업을 새 먹거리로 추가한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롯데정보통신은 설립 28년 만에 사명을 롯데이노베이트로 바꾸고 사업 목적에 자율주행 사업을 추가했다. 최근에는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 업체 뉴빌리티와 업무협약도 맺었다. 롯데정보통신 관계자는 “공장이나 빌딩, 외곽 등을 저속 주행하며 시설물의 보안 및 안전 이상 징후를 탐지하는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 기반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협동로봇의 진화…생성형 AI로 더 ‘똑똑하게’=AI와 로봇이 본격 결합하면서 기존 로봇 시장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국내 협동로봇 1위 기업인 두산로보틱스는 최근 협동로봇을 실제 복강경 담낭 제거 수술에 투입해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기도 했다. 복강경 수술의 절개 길이가 통상 5㎜ 남짓인 점을 감안하면 기술이 얼마나 섬세한지 짐작해볼 수 있다.

AI를 접목한 다양한 솔루션도 검토하고 있다. CES 2024에서 공개된 ‘믹스마스터 무디’는 비전 기술을 통해 사람의 표정에서 감정을 인식한 후 생성형 AI로 최적의 칵테일 레시피를 찾아 제조하는 로봇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공동 개발한 솔루션으로 두산로보틱스는 앞으로 GPT를 협동로봇에 적용해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오류 수정을 반복하고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할 계획이다. 두산로보틱스 관계자는 “GPT 기반 협동로봇 솔루션을 시범적으로 식음료 분야에 적용해본 후 제조 분야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AI 비서부터 휴머노이드까지…지능형 로봇 공략=로봇을 미래산업으로 점찍고 투자를 지속해온 대기업들은 산업용 로봇을 넘어 사람과 유사한 지능형 로봇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 1호를 만든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 14.83%를 약 870억 원에 사들였고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는 AI 집사 로봇 ‘볼리’를 깜짝 공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7일 수원 디지털시티를 방문한 자리에서 볼리 시연을 본 뒤 “갤럭시 웨어러블 제품과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해달라”고 제안하고 “(볼리에) 독거노인을 위한 기능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신설한 미래사업기획단에서도 로봇 사업을 1순위로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 역시 2021년 약 1조 원을 투입해 미국의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고 이듬해에는 미국 보스턴케임브리지에 로봇 AI 연구소를 설립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로봇 개 스팟과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를 통해 지능형 로봇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CES 2024에서는 물류 상하차 로봇 ‘스트레치’를 선보였다.

LG전자는 2018년 산업용 로봇 제조 업체 로보스타의 지분 약 30%를 800억 원에 인수한 후 AI 스타트업 아크릴, 미국 로봇 개발 업체 보사노바로보틱스 등에도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최근에는 미국에 본사를 둔 AI 기반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에 800억 원을 투자했다.

年 30만대 물량공세…中로봇 기술, 韓과 격차 4%P로 좁혀


중국의 ‘굴기’는 로봇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의 로봇 업체 유니트리(Unitree)는 최근 자신들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H1’이 초속 3.3m로 주행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발표대로라면 H1은 미국 로봇사인 어질리티로보틱스가 만든 이족 보행 로봇 ‘캐시’가 2022년 세운 신기록(초속 4m)을 깨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휴머노이드 자리에 오른다. 유니트리는 지난해 8월 H1이 물체가 든 바구니를 들어 탁자로 옮기고 좁은 계단에서도 방향을 바꿔 오르내리는 등 자유자재로 동작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 중국은 기술 측면에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 여전히 뒤처진 추격자다. 그러나 압도적인 물량 공세를 바탕으로 점차 양질 전환에 조금씩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의 로봇 업체 유니트리가 이 회사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H1’이 초속 3.3m로 두 발 주행하는 데 성공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이족 보행 속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유니트리 동영상 캡처.


양적인 측면에서 중국은 다른 국가들이 따라오기 힘든 격차를 벌렸다. 2022년 기준 중국의 연간 로봇 설치 대수는 29만 대로 일본(5만 대)과 미국(3만 9000대), 한국(3만 1000대) 등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미국 싱크탱크인 정보통신혁신재단(ITIF)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 설치된 산업용 로봇의 52%가 중국에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국 제조업 현장의 로봇 활용률은 미국보다 12배 높다. 로버트 앳킨슨 ITIF 회장은 “중국은 중앙과 지방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로봇 등 자동화 기술 도입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로봇의 양적 팽창에 이어 기술 고도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외국산에 밀렸던 중국산 로봇의 점유율이 지난해 상반기 43.7%를 기록해 8%에 그쳤던 2015년 대비 5배 넘게 급증한 것이 한 사례다. 한국기계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지능형 로봇 기술 수준은 미국을 100%로 상정했을 때 81.6%로 여전히 큰 차이를 보였지만 85.6%를 나타낸 한국과의 격차를 점차 좁혀가고 있다.



중국 로봇의 기술력 성장은 특허 건수에서도 나타난다.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에서 출원된 로봇 특허 가운데 35%가 중국에서 나왔다. 중국의 로봇 특허 90% 이상이 대학에서 출원된 반면 미국의 로봇 특허에서 미국 대학이 차지하는 비율은 8%에 그쳤다. 그만큼 중국에서 로봇이 연구의 주제로 주목받고 있다는 의미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는 최근 가장 많이 인용된 로봇공학 연구 논문의 경우 중국이 27.9%로 미국(24.6%)을 이미 앞섰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로봇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중국 로봇은 여전히 ‘카피캣’에 불과하지만 혁신성을 보이는 중국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기술력 제고에도 국가적인 지원을 대거 쏟아붓는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내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을 대량생산하고 2027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기술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로봇 굴기를 목표로 한 중국의 행보가 매섭다”면서 “이런 추세라면 로봇 산업화에서도 중국이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계 안드로이드' 쟁탈전…OS 개발 경쟁도 후끈


로봇 디바이스를 제어하는 운영체제(OS)를 장악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OS ‘안드로이드’로 스마트폰은 물론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판도를 좌우하는 구글처럼 ‘로봇 OS’를 선점하기 위해 전자는 물론 정보기술(IT) 업계 등 가릴 것 없이 앞다퉈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다.

LG전자가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 로봇 개발사인 미국 베어로보틱스에 6000만 달러(약 800억 원)를 투자한 것도 로봇 OS 공략을 위한 시도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베어로보틱스의 AI 기반 자율주행 실내 배송 기술력을 활용해 로봇 소프트웨어의 기술력을 높이려 한다고 보고 있다.

베어로보틱스의 자율 서빙 로봇. 사진 제공=베어로보틱스


네이버는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의 글로벌 IT 전시회 LEAP에서 로봇 전용 OS인 ‘아크마인드’를 처음 선보이며 로봇 소프트웨어 사업의 본격화를 알렸다. 아크마인드는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을 로봇 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도록 호환성을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로봇의 제어·인지·이동을 위한 전용 응용프로그램(API) 역시 포함됐다. 네이버는 자체 제작한 로봇에 아크마인드를 먼저 적용한 뒤 다른 로봇으로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내 기업들이 도전장을 내민 세계 로봇 전용 소프트웨어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 AI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로봇이 공급되면서 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2023년 135억 달러 수준이던 로봇용 소프트웨어 시장은 2032년 800억 달러(약 107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로봇 소프트웨어 ‘MSRDS’와 ‘인텔리전트 로보틱스’를 개발했고 구글은 ‘구글 클라우드 로보틱스’, 아마존은 ‘로보메이크’를 내놓는 등 빅테크들은 로봇 소프트웨어 시장까지 선도할 채비를 끝마쳤다. 로봇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로봇의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이 결국 소프트웨어를 로봇 대전의 승부처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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