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규모 ‘할인지원’ 공세에 사과와 배 소매 가격이 일주일 전에 비해 10% 이상 떨어졌다. 국제 유가 불안에 8주 연속 상승하던 국내 휘발유값도 소폭 하락했다. 정부가 농축산물 물가 관리를 위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자 시장이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여전히 수요 측면 대응에만 머물고 있어 여름철 햇과일 출하 때까지 가격 강세가 지속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름값 역시 국제 정세 불안에 따른 변동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2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22일 기준 후지 사과 10개의 소매가격은 2만 4250원이었다. 일주일 전인 15일(2만 7424원)에 비해 11.6% 하락한 수치다. 신고배 10개의 소매가격 역시 같은기간 4만 5381원에서 3만 9312원으로 13.4% 떨어졌다. 정부가 15일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1500억 원 규모의 긴급 가격안정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소매 가격이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
소매가격이 진정세라지만 정부의 해법이 지나치게 수요 측면에만 의존하고 있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1500억 규모 대책은 대부분 납품단가 지원(959억 원), 소비자 구매가 할인(500억 원) 등 수요자에게 구매 가격을 보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렇게 하면 당장 소비자가 부담하는 가격은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격의 시장조절기능을 왜곡해 오히려 수급 부족을 부채질 할 수 있다. 가격이 올라감에 따라 수요가 줄어 시장이 균형을 찾아야 하는데 정부가 소매가격을 지원하면 수요가 줄지 않아 공급 부족 상황이 장기화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정부 정책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도매 가격은 사과와 배 모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지 사과 10kg의 도매 가격은 22일 9만 1780원으로 일주일만에 1.0% 상승했다. 신고배의 15kg 도매 가격은 15일 10만 1200원에서 22일 108600원으로 7.3% 올랐다. 사과와 배 모두 1년 전 가격보다 두배 이상 높은 수준이었다.
기름값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3월 셋째주(17~21일) 전국 주유소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랑 1638.05원으로 3월 둘째주의 L당 가격(1639.16원)보다 1.11월 떨어졌다. 주간 휘발유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한 것은 8주 만이다. 다만 주요 산유국의 원유 수출 감소, 러시아 정유 시설 피격 등의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고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22일 두바이유 거래는 일주일 전보다 2.1달러 상승한 54.03달러로 마감했다. 국제 유가는 통상 2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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