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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급여 상승률 美·日의 2배…“여야 노동유연성 제고 머리맞대야”

[국정리셋 대전환 <2> 화석화된 노동시장]

능력 따른 보상 獨·日의 3분의 1

대기업 정규직 연공서열 강화로

중기·비정규직 '점프' 어려워져

직무급제 민간기업 확대 등 제안

지난달 21일 서울 김포공항 항공지원센터에서 열린 2024 공항 일자리 채용의 날 행사에서 참석자가 채용 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달 말 내놓은 ‘2024 경제전망’을 보면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022년 기준 43.1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29위에 그쳤다. 한국의 낮은 노동생산성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재계에서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야당이 압승하면서 노동개혁의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노동계 출신 인사 16명이 국회에 입성하게 된 데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금융노조 출신 등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는 12일 “여소야대라고 해서 개혁 작업을 못할 이유는 없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노동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문가들은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깨는 일이 시급하며 임금과 고용 유연성을 함께 높이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윤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가 2011~2012년 OECD 국제성인역량조사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근로자의 수리, 문제 해결 능력(인지능력)이 임금에 끼치는 영향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작았다. 한국의 경우 인지능력이 한 단위(10백분위수) 올라갈 때마다 임금이 약 0.8% 상승해 약 2.2%의 상승률을 보인 독일·일본은 물론이고 미국(약 2.7%)보다도 낮았다.

반면 근속연수가 임금에 끼치는 영향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컸다. 한국은 근속연수가 1년 증가할 때 임금이 약 2%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약 0.8%), 일본(약 1%), 독일(약 1%)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박 교수는 “한국은 주요국에 비해 근속연수에 대한 보상이 두 배 이상 크고 인지능력에 대한 보상은 3분의 1 정도로 작다”며 “한국은 미국·일본·독일에 비해 개인의 능력보다는 대규모 사업장에서 오래 근속한 것에 대한 임금 보상이 컸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연공서열제도 마찬가지다. 대다수 정규직 일자리의 경우 호봉제를 바탕으로 해고가 어려운 고용구조를 갖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대기업일수록 더 뚜렷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500인 이상 사업장의 평균 근속연수는 11.2년으로 5~29인 사업장(5.8년)의 두 배 수준이었다. 대기업의 고용 안정성이 훨씬 높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번 비정규직 시장에 진입한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되기도 더 힘들어지고 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과 권태구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2006년 비정규직 가운데 2007년 정규직으로 전환한 비율은 18.9%였지만 2020년 비정규직 중에서는 10.1%만이 1년 뒤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강해지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은 사회이동성 측면에서도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노동개혁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얘기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총선 이후 노동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고 했다”면서도 “노동개혁은 더 이상 넘어갈 수 없는 문제로 정부와 여아가 힘을 모아 개혁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요청했다.



실제 높은 노동 경직성은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우람 숙명여대 교수와 백지선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말 발간한 ‘기업의 인사관리 특성과 경제위기 시 기업의 성과’ 논문에서 탄력근로제·성과급제·연봉제·성과배분제 등을 운영한 기업의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고용 충격이 오히려 더 작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노동 경직성이 높은 국가일수록 경제위기 상황에서 대규모 실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총선 이후 정치권이 노동 유연성 확보를 기본 뼈대로 잡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특히 저성장이 굳어지면서 기업 생존 측면에서도 유연성 확보가 더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장은 “과거에는 성과급 조정 등을 통한 임금 유연성만으로도 경영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임금·고용 유연성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한 연구위원은 “일부 공공기관에서 시행되고 있는 직무급제를 민간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비정규직 고용 안정성 확보 장치를 병행하는 한편 전반적으로는 노동을 유연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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