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축소와 맞물린 전기차 수요 둔화로 전기차 업체가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서학개미들이 전기차 대장주인 테슬라 주식을 이달 들어 4000억 원 가까이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의 주가가 이달에만 20%가량 빠진 가운데 추가 매수를 통해 이른바 평균 매입 가격을 낮추는 물타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올 1분기 실적은 물론 향후 전망도 반전이 쉽지 않아 당분간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는 이달 들어 전날까지 2억 2835만 달러(3905억 원) 규모의 테슬라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테슬라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중에도 대거 사들인 셈이다. 지난달 테슬라 순매수 규모(1억 7051만 달러, 한화 2400억 원)와 비교하면 순매수를 65% 남짓 늘렸다.
최근 테슬라의 주가는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선호가 늘고 전기차 수요는 둔화되는 추세기 때문이다. 22일(현지 시간) 기준 테슬라는 주당 142.0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1일 175.22달러 대비 18.9% 내렸다.
테슬라의 올 1분기 실적은 4년 만에 역성장이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테슬라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4% 감소한 223억 4000만 달러로 추정된다. 영업이익은 40% 가까이 감소가 유력하다. 테슬라의 부진한 실적 발표 이후 이뤄질 콘퍼런스콜과 함께 투자자 실망 매물이 쏟아질 여지도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실적과 향후 전망치에 따라 주가 변동이 심해질 것”이라며 “(전기차 업종은) 이번 실적 시즌을 통해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수 있다”고 짚었다.
증권가에서는 올 하반기 테슬라 실적이 신제품 출시 등에 힘입어 소폭 반등하더라도 잇따른 악재로 업황 자체는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여기에는 미국 대선과 맞물려 각국이 규제 장벽을 높이고 있는 탓이 크다. 미국은 2032년까지 미국 신차 시장 내 전기차 비중을 67%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미국자동차노조(UAW)와 협의해 규제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노조의 지지를 얻기 위한 행보로 해석됐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고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전환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강조하는 상황이다.
유럽연합(EU)도 환경 규제인 유로7의 도입을 5년 늦추기로 한 데 이어 2035년 시행하기로 한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조치도 이연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 유럽에서는 지난달 전기차 판매량이 29만 6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4% 감소했다. 특히 독일에서는 판매량이 22%나 줄었다. 유럽에서도 소비자가 하이브리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테슬라는 최근 미국과 중국 유럽에서 모델 Y와 모델 3의 가격을 최대 2000달러가량 인하했다. 올 1분기 전기차 인도량 부진, 모델 2로 불리는 저가형 전기차 출시가 연기될 수 있다는 우려, 대량 감원, 사이버트럭 리콜 사태 등으로 악재도 산적해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하반기에는 신규 모델들이 미국과 유럽에 출시되면서 다소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래도 하이브리드의 약진 등으로 업황이 큰 폭으로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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