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올해 1분기에 ‘깜짝’ 성장을 했다. 한국은행은 25일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1.3% 성장해 2021년 4분기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인 0.5~0.6%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었다. 반도체 호조로 수출이 0.9% 늘어난 데다 건설투자, 민간 소비가 각각 2.7%, 0.8% 늘어나는 등 내수도 개선된 덕이다. 정부는 “1분기 성장률은 경제성장 경로에 선명한 청신호”라며 “2분기 변수가 많지만 긍정적 성장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올해 성장률이 정부 예상치 2.2%를 웃돌 가능성도 거론했다.
하지만 지금은 일시적 지표 개선에 만족할 때가 아니다. 미래 성장과 직결되는 설비투자는 -0.8%에 그쳤고 내수 회복을 장담하기에는 이르다. 중동 정세 악화와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 등 대외 변수에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高) 파고도 높아졌다. 무엇보다 저출생·고령화와 글로벌 경쟁 격화, 구조 개혁 지연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이 눈에 띄게 약화하고 있다. ‘한강의 기적’이 수명을 다하고 있다는 해외 언론의 경고가 나올 정도다.
우리 정부가 낙관론에 불을 지피는 사이 일본에서는 정부가 “이대로는 2040년쯤 신흥국에 따라잡힌다”는 위기론을 띄웠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4일 생산 거점의 해외 이전에 따른 국내 투자 부진이 지속될 경우 임금 정체, 성장 부진 등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며 반도체·배터리·재생에너지·바이오 분야 등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투자 활성화 없이는 세계 4위 경제가 10여 년 뒤 신흥국 수준으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일본의 자각(自覺)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글로벌 보조금 경쟁에서 누락돼 반도체 등 첨단산업 공장을 해외로 내주고 있는 우리나라도 이대로 가면 일본과 같은 ‘제조 공백’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국회는 신기술 개발과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전방위 기업 지원과 구조 개혁을 통해 투자를 활성화하고 꺼져가는 성장 동력을 재점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래야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경제를 재도약시킬 수 있다. 당장 경기 부양이 시급한 것도 아닌데 전 국민에게 나랏돈을 뿌려 소득을 올리겠다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어불성설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