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콜센터 상담사인 남미경 서비스일반노조 국세청콜센터지회 사무국장은 부모를 모시고 산다. 부모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인 사과 5개를 샀다. 할인가격임에도, 영수증에 1만9800원이 찍혔다. 김밥을 만들려고 김과 패키지 상품을 골랐더니 8000원이다. 계란 10구 3750원, 라면 1봉지 5480원, 우유 2980원 등 하루 장보기 비용으로 총 6만2280원이 들었다. 남 사무국장은 “월급 70% 이상은 월세, 대출이자, 공과금, 교통비로 써야 한다”며 “여의도에 일하는데, 점심 평균 가격이 1만2000원 이상이어서 편의점에서 도시락, 컵라먹을 먹거나 집에서 도시락을 싸온다”고 말했다.
작년부터 이어진 고물가로 인해 밥상 차리기가 겁난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노동계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내년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은 1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장보기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남 사무국장과 함께 장보기 내역을 공개한 마트노조 조합원 함형재씨의 영수증도 5만2900원이 찍혔다. 함씨는 아내와 아이 둘을 키운다. 그는 닭볶음탕을 만들려고 마트에 나섰는데, 예년보다 너무 오른 과일 가격에 놀랐다고 한다. 함씨는 “사과 가격은 작년 이맘때 8000~9000원이었는데, 3배인 2만3900원으로 치솟았다”며 “아이들에게 줄 과자까지 장바구니에 담으니 5만원이 넘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사과를 포기하고 바나나와 파인애플을 집었다.
그는 조만간 셋째를 만난다. 함씨는 “저는 하루 10만 원도 벌지 못하는데 하루 식비로만 이 정도(약 5만 원)을 썼다”며 “셋째 기저기값, 분유값도 만만치 않을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내년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주장하기 위해 열렸다. 내년 최저임금을 정할 최저임금위원회는 21일 첫 전원회의를 연다. 최저임금 위원인 전지현 서비스연맹 돌봄노조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물가가 너무 올라 동료와 식사를 못하겠다는 게 조합원들의 하소연”이라며 “최저임금 차별 적용을 막고 대폭 인상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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