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DGB대구은행의 디지털본부 거점을 서울 마포로 옮길 계획입니다. 고급 인력 확보와 핀테크, 유관 기관 등과 협업해 경쟁력을 키우겠습니다. 대구 중심의 오프라인 기반을 장점으로 살리면서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혁신을 통해 ‘뉴 하이브리드 뱅크’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입니다.”
황병우(사진) DGB금융지주(139130)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1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적절히 혼합된 하이브리드형 은행으로 변신하겠다”며 시중은행 전환 이후 전략을 이같이 밝혔다. 황 회장은 특히 “금융기관이 지역에 본점을 두고도 전국·해외로 활발히 진출한 성공 사례를 반드시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9차 정례 회의를 열고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은행업 인가를 의결했다.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2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탄생한 것이다. 대구은행은 현재 수도권 및 경상도권에서만 영업하고 있지만 앞으로 강원·충청·전라 등 전국에서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에서 자금 조달도 가능해진다.
황 회장은 ‘금융 중심지’인 서울에서 정면 승부를 걸 계획이다. 서울 마포구의 신용보증기금 건물에 새로운 디지털 거점을 설립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황 회장은 “마포에는 핀테크 기업과 유관 기관이 모여 있기 때문에 협업을 강화하는 데 입지적으로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은행은 앞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점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은행으로 시중은행과 경쟁할 계획이다. 전국적인 오프라인 점포를 확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결국 승부처는 온라인이라는 게 황 회장의 판단이다. 황 회장은 “최근 모바일뱅킹 앱 ‘아이엠(iM) 뱅크’의 유입 고객 수 확대 등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며 “5대 시중은행 예적금 가입의 80% 이상이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있어 비대면 영업 확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프라인은 거점 점포부터 설립해 점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1호 오프라인 거점 점포는 강원도 원주에 세워진다. 황 회장은 “대구은행 본점을 중심으로 1차 거점 점포를 원주에 오픈해 전국으로 점포를 확대할 것”이라며 “경쟁력 확보를 위해 거점 점포를 최소한으로 내면서도 1인 지점장, 찾아가는 지점장 등 다양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지점이 200곳 정도로 500~700곳인 시중은행들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대구은행은 이런 약점을 도(道) 단위 거점 점포와 기업금융 영업 전문가를 통해 극복할 방침이다. 이미 시중은행에서 지점장 등을 거친 베테랑 은행원들도 대거 채용했다.
주요 타깃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이다. 황 회장은 “금융 소외 계층 등 니치마켓에 침투해 빈틈을 메워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1차 거점으로 강원도를 택한 것도 소외된 지역에 자금을 공급하고 소외 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집중하자는 취지”라고 전했다. 이어 “수도권과 지방의 자금을 순환시키며 지역 경제가 발전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황 회장은 “미국·일본 등에는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많지만 우리나라는 거의 없다”며 “대구은행이 지역에 본점을 두고도 전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퍼스트무버가 되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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