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조선소를 인수했다. 회사는 현지 생산 거점을 마련하며 미국 본토에서 운항하는 선박 건조도 가능해졌다. 한화오션은 방산업계 ‘꿈의 무대’로 불리는 미국 함정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목표다.
한화그룹은 20일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21일 밝혔다. 인수에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참여했고 인수 금액은 1억 달러(약 1380억 원)다.
이번 인수로 한화오션은 미국 상선 및 방산 시장 본격 진출을 위한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미국 존스법에 의거해 미국 내에서 운항되는 선박은 미국 내에서만 건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가 보유한 미국 내 최대 규모 도크를 미국의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위해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MRO 시장에 진출한다면 추후 함정 건조 사업을 수주할 가능성도 커진다. 필리 조선소에서는 해군 수송함의 수리·개조 사업이 핵심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2월 미국 해군성과 미국 해군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포함한 함정 사업 수행을 위한 시설과 준비사항 등을 점검하고 협력방안에 대해 협의한 바 있다.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이 직접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
최근 미국은 운용 중인 해군 전력의 유지보수에 대해 거리적인 어려움과 비용 문제 등을 느끼고 우수한 함정기술과 설비를 보유한 우방국에 함정 MRO 업무를 위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한화오션은 국내 업계 최초로 MRO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함정 MRO사업은 신조 사업만큼이나 경험과 역량이 중요하다”며 “해외 함정 수출과 더불어 그동안 축적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MRO사업 역시 K-방산의 대표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그룹은 필리조선소에서 기존 상선 사업도 강화한다. 필리조선소는 노르웨이 석유·가스·재생에너지 전문기업 ‘아커’의 미국 소재 자회사로 미국 본토 연안에서 운항하는 상선을 전문적으로 건조하는 업체다. 1997년 미 해군 필라델피아 국영 조선소 부지에 설립된 이후 미국에서 건조된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컨테이너선 등 대형 상선의 약 50%를 공급해오고 있다. 한화오션은 자사가 보유한 친환경 선박·스마트 야드 기술을 필리조선소에 접목해 북미 지역에서 기술 및 원가 경쟁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필리조선사가 강점을 가진 중형급 유조선 및 컨테이너선 분야로 수주를 확대한다.
한화시스템 역시 함정 시스템 관련 스마트십 솔루션인 ECS(통합제어장치)·IAS(선박 자동제어 시스템) 등의 해양 시스템 기술력을 필리조선소에서 건조하는 상선 및 함정에 적용한다.
어성철 한화시스템 대표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필리조선소 인수를 통해 글로벌 선박 및 방산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사업적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며 “중동·동남아·유럽을 넘어 미국 시장까지 수출 영토를 확장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나가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