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하루에 100명 넘게 방문했지만 요즘은 많이 줄었습니다.”
디센터가 지난 20일 방문한 월드코인(WLD) 홍채 인식 카페 직원들의 이야기다. 카페의 분위기는 WLD 광풍이 불던 지난 2월 방문했을 때와 확연히 달랐다. 가격이 폭등한 WLD를 받으려 평일에도 줄을 서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온데간데 없었다. 빼곡하던 예약자 명단도 여백이 더 많았다. 축제가 끝나고 텅 빈 쓸쓸한 행사장의 모습이었다.
WLD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의 창시자 샘 올트먼이 만들었다. ‘오브’에 홍채를 인식하면 개인 식별 코드(월드 ID)를 부여하고 WLD를 지급한다. 미래에 인간과 AI를 홍채로 구분하고 AI에 밀려 일자리를 잃은 사람에게 기본소득으로 WLD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WLD는 지난 2월 올트먼이 ‘소라 AI’를 공개하자 가격이 200% 가까이 급등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서울에서도 10여 곳에서 홍채 인식 정보를 수집했다. 그러나 지난 3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월드코인의 홍채 정보 수집 절차를 조사한 시기와 맞물려 서비스를 멈추고 지난달 재개했다. 월드코인 측은 “소라 AI를 발표하고 방문자가 급증했지만 한 달 전 서비스를 재개한 뒤로 손님이 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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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문한 서울 여의도의 홍채 인식 카페도 마찬가지였다. 기자가 머문 시간 동안 손님은 단 1명이었다. 다음 날 오후 찾아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홍채 인식 카페는 단 한 명의 손님도 없었다. WLD 수령 방법·금액에 대한 손님들의 질문이 쏟아졌던 지난 2월과 달리, 을지로 카페에서 마주친 단 한 명의 방문객은 생체 데이터 보호를 궁금해했다. 그는 오브에 홍채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홍채 데이터 기록이 남는지,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주로 물었다. 직원도 월드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는 방법보다 홍채 데이터 처리 과정에 대해 주로 설명했다. A씨는 “그래서 (홍채)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말씀이죠?”라며 여러 차례 되묻기도 했다.
월드코인 측은 “(홍채 데이터와 관련해)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며 “월드 ID가 생성되는 동시에 홍채 기록은 삭제된다. 어떤 데이터도 저장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미 등록된 홍채 데이터는 아닌지 중복 여부만 확인한 후 삭제해 데이터에 대한 해시값만 블록체인에 남긴다는 설명이다.
현재 WLD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세계 여러 국가에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를 조사받고 있다. 한국 개인정보위도 월드코인의 민감 정보 수집·처리 과정과 개인정보의 해외 이전 등을 조사 중이다. 개인정보위는 “위반사항이 확인되면 관련 법규에 따라 조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WLD는 26일 빗썸에서 지난 2월 대비 66.65% 하락한 4049원에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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